65세에 액세서리회사 창업한 대덕실업 박찬일씨(현장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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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무역엔 나이장벽 없어요”/“신용만점” 일 바이어들 성실성 인정/작년 40만불 수출… 금년 백만불 목표
『무역에는 장벽이 있을지 몰라도 나이에는 장벽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은퇴할 나이가 훨씬 지난 65세에 액세서리회사 창립 2년만에 젊인이들도 엄두를 못내는 일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대덕실업 대표 박찬일씨(67).
회사라고 해봐야 서울 거여동 48평짜리 임대사무실에 인근 주부 15명이 직원의 전부인 사실상 가내공장수준이고 생산하는 액세서리도 털달린 열소고리 한 품목뿐이다.
하지만 박씨는 창업 첫해인 90년 10월 일본에 1만달러를 수출했고 지난해엔 40만달러,올해는 1백만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초고속 성장과 더불어 박씨는 일본경제신문 등에 「한국에선 보기드문 신용있는 기업가」로 소개됐을 정도로 일본내 바이어들로부터 성실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전에도 각종 액세서리제조나 도매사업을 조그맣게 하고 있었죠. 우연히 일본에 관광갈 기회가 있었는데 관광지마다 털 달린 열쇠고리가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박씨는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어 자신이 직접 수출을 해보기로 하고 30만원어치의 견본을 사가지고 돌아온뒤 돈을 모아 회사를 차렸다.
젊은이들에게도 힘든 무역을 60대 노인이 혼자서 하자니 어려움도 많았다.
LC(신용장)가 무엇인지도 몰라 책을 뒤적이거나 무역협회를 수십차례 드나들었고 새로 마련한 팩시밀리의 이용방법도 뒤늦게야 배웠다.
그러나 박씨가 접한 가장 큰 어려움은 시제품을 들고 일본내 각 현의 상공회의소를 누비고 돌아다녀도 자기제품을 선뜻 사겠다는 바이어가 없었다는 점.
『좋은 제품을 만들어 주겠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믿지를 않는 거예요. 한국제품은 처음에만 좋지 결국은 불량품 투성이고 기업가들도 약속을 잘 안지켜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죠.』
박씨는 이때 「늙은 몸으로 일본에까지 와서 이 무슨 수모인가」라는 생각에 당장 그만두고 싶었고 지금까지 일본과 불성실 거래를 해온 국내 무역·제조업자들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었다고 한다.
박씨는 사정끝에 1백개,5백개씩의 주문을 간신히 받아올 수 있었고 적은 물량이었지만 밤을 새워가며 자신이 직접 털이 빠지거나 도금이 벗겨진 것을 찾아내며 불량품검사를 했다.
『기념품이 어디 한두번 쓰다 버리는 겁니까. 남에게 선물로 주고 보여주기 위한 것인데 제품이 조잡하면 깔끔하기로 유명한 일본사람들 눈에 들지않는 것은 당연하죠.』
박씨는 바이어가 주문한 형태를 좀더 나은 모양으로 바꿔 만들어 주었다가 가벼운 항의를 받고는 일본에 직원 2명을 데리고 가 모두 고쳐주기까지 했다.
이같은 노력끝에 박씨가 만든 제품에 대한 평가가 일본 바이어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지난해엔 판매가격도 개당 5백원에서 7백50원으로 올랐고 주문물량도 5천개,1만개단위로 늘어났다.
다만 박씨는 국내액세서리 시장이 1천억원대로 커지다보니 대기업·일본기업까지 침투하는 실정이어서 지금까지 특별한 자구노력이 없었던 중소업자들이 걱정된다고 한다.
『주위에선 이 기회에 사업을 크게 확장하라고들 하지만 직원도 늘리고 하청도 주다보면 불량품 증가로 애써 쌓은 신용이 떨어질 것 같아 당분간 현상태만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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