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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고향 티그리트서 잡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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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4월 9일 바그다드 함락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사담 후세인(66) 이라크 전 대통령이 13일 저녁(이하 현지시간) 미군과 쿠르드족 특수부대의 합동작전으로 체포됐다.

폴 브레머 이라크 미 군정 최고행정관은 14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그를 잡았다(We got him)"며 "13일 오후 8시30분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시 인근 아드 다와르 지역에 있는 한 농가의 지하 1.8~2.4m 깊이 구덩이에 은신 중인 후세인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브레머는 "이날은 이라크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리카르도 산체스 이라크 주둔 미 지상군 사령관이 후세인 생포 순간을 자세히 설명했으며 미 군정당국은 생포된 후세인과 그가 은거하던 구덩이를 촬영한 장면을 공개했다. 산체스는 "DNA 검사 결과 체포된 인사가 후세인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미군은 지난 7월 22일 북부 모술에서 후세인의 두 아들 우다이.쿠사이를 사살한 뒤 이들에게서 후세인 가계의 DNA 샘플를 확보했다.

후세인은 체포된 후 바그다드로 압송됐으며 미군 관계자들은 앞서 체포된 이라크 정권 전직 요인들을 바그다드 공항으로 데려와 문제의 인물이 과연 후세인인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대질신문을 벌였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후세인은 미군의 신문에 순순히 응했다고 미군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외신들은 보도했다. 후세인 정권 때 망명정부를 이끌었던 아메드 찰라비 이라크 국민회의(INC)의장은 "체포된 후세인은 곧 전범재판에 회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전명 '붉은 새벽(Red Dawn)'으로 진행된 후세인 체포작전은 미군 제4보병사단 등 6백여명의 병력이 동원됐다. 미군과 쿠르드족 특수부대는 후세인이 티크리트의 특정한 지점에 은신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수색작전을 벌였다. 일부 외신은 체포작전 세시간 전 한 이라크인이 후세인 거처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했다고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체포 당시 후세인은 잠자고 있었으며 소총들을 근처에 가지고 있었으나 자살을 기도하거나 저항을 시도하지 않았다.

세계 주요국의 지도자들은 후세인 체포를 환영했으며 바그다드 등지에서는 일부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열광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후세인의 체포는 이라크 국민에게 드리워져 있던 후세인 통치 시절로 되돌아갈지 모른다는 악몽을 영구히 걷어냈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일요일인 14일 오전 5시(미국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후세인 체포를 보고받았으며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정용환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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