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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 분할 '독일 꼴' 나지 않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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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현재 계획대로라면 2012~14년에 국무총리실과 12부.4처.2청 등 총 49개 행정기관이 단계적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로 이전하게 된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통일부.외교통상부 등 6개 부처와 대검찰청.경찰청.특허청 등은 서울에 남는다. 행정기관이 약 120㎞ 거리를 두고 서울과 행복도시로 분산 배치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가균형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정부 부처 간 정책조정의 어려움 등 행정의 비효율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행정기관과 청와대.국회가 지리적으로 멀어져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국회 운영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국민에 대한 행정서비스에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행정부가 두 도시에 분산 배치돼 있는 대표적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은 통일 이후 연방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모든 연방기관을 베를린으로 이전시키지 않고 일부 기관을 본에 잔류시키면서 행정부가 분산 배치됐다. 연방수도의 지위를 빼앗긴 본에 대한 배려와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것은 본에 대한 활력소로 작용했고, 국가의 균형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독일은 수도 이전에만 관심을 쏟아 연방기관 분산 배치에 따른 문제점을 대비하는 데는 소홀했다. 그 결과 부처 간 정책조정이 어려워지는 등 행정의 비효율성이 발생했고, 많은 행정비용을 추가로 지급해야만 했다. 본의 행정부처 장관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총리실이 있는 베를린에서 보내야 했다. 본에 서 근무하는 많은 공무원이 600㎞ 떨어진 베를린으로 자주 출장가야 해 이를 위한 셔틀 비행기까지 생겨났다.

그동안 우리 사회 각계에서는 행복도시 건설과 관련해 많은 연구와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행복도시 건설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 입장만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반면 행복도시 건설 이후 나타날 행정적 문제점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대처 방안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편이었다.

이제 큰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행복도시는 머지않아 완공되고, 행정기관 이전도 시작될 것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행정부 분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꼼꼼하게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수도 이전에만 급급해 행정기관 분산 배치에 따른 문제 대비에 소홀했던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양현모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