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텍 참사 사진, 한인 기자 특종···초기 긴박한 현장 전세계 언론 게재

중앙일보

입력

미주중앙 찰칵 찰칵. 그의 카메라 셔터는 쉴새 없이 울어댔다.

빛이 렌즈를 통과할 때 마다 그는 '아비규환' 현장의 비명소리 마저 사진속에 녹아들길 바랬다. 그가 셔터를 누른지 불과 1시간30분만에 가장 먼저 생지옥의 현장 모습 그대로 전세계에 생생히 전달됐다.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 현장을 특종취재한 '로아노크 타임스'의 파트타임 사진 기자 앨런 김(52.사진)씨의 이야기다.

이번 사건으로 김씨는 전세계가 주목받는 유명 인사가 됐다. AP를 비롯한 전세계 언론이 참사를 보도하면서 그의 사진을 받아쓴 것이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특종을 한 셈이다.

물론 범인이 한인으로 밝혀진 이 사건의 특종사진을 한인 기자가 찍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경력 13년차 사진 기자로서의 본능과 '기가막힌 행운'이 그날 그 자리 그 순간을 찍게했다.

16일 운명의 현장에 김씨가 도착한 것은 오전 9시30분.

아비규환이었다. 비명이 캠퍼스를 뒤덮고 경찰은 피를 흘리는 부상자를 실어 나르기 바빴다.

엉망인 현장에서 김씨는 침착했다. 냉정해지니 '운'도 따랐다. 현장주위가 온통 엉망으로 뒤엉켜있었지만 '카메라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200야드 떨어진 곳이었지만 그는 500mm F4 렌즈를 꺼내 들었다. 남은 것은 셔터를 누르는 일뿐.

"그땐 무슨 일인지 상황 파악 조차 못했죠. 빨리 사진을 전송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1시간도 못돼 현장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는 2시간만에 현장 사진을 데스크에 전송할 수 있었다. 냉철한 판단력과 순발력이 빛을 발한 덕분.

파트타임 사진 기자라고 하지만 그는 사실 '전업 남편'이다.

99년 10년간의 정규직 기자를 그만두면서 물리치료사인 그의 아내 수전 정씨 대신 어린 세 아들을 키우고 가사를 대신해왔다.

미국에서 태어난 2세인 그는 한국에서 13년간 유년생활을 보낸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91년부터 미국사진기자협회(NPPA) 정식 멤버로 활동중이다.

USA중앙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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