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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산소(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푸른숲,맑은 호수,깨끗한 공기 등 자연발생적 자원에 값을 매기려한다면 누구나 머리가 돈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요즘 다수의 환경학자들은 과거엔 값을 매길수 없었던 자연환경을 일정가격으로 환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오염되지 않은 야생세계나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뿐 아니라 맑고 깨끗한 공기의 가치를 돈으로 산정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오염된 강이나 호수로 인해 낚시·수영 등을 즐기지 못하는 불편을 값으로 계산할 수는 있다. 몇년전 알래스카 석유회사인 엑슨사가 태평양연안에 기름을 유출함으로써 자연환경과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보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일이 있다.
그렇다면 맑은 공기의 값은 얼마나 될까.
두말할 것도 없이 맑은 공기란 공기 가운데 산소의 성분이 적어도 21% 이상인 것을 말한다. 일종의 혼합기체인 공기는 주성분인 질소(78.08%)와 산소(20.94%) 이외에 소량의 아르곤·이산화탄소·네온·헬륨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때와 장소에 따라 수증기·아황산가스·일산화탄소·암모니아·탄화수소 등의 기체와 먼지·꽃가루·세균·타르성분 등 유기물·무기물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맑은 공기란 산소의 양도 중요하지만 가급적 이같은 불순물이 섞이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그 맑은 공기가 시중에서 팔리고 있다. 순도 95%의 산소를 캔에 압축해 넣은 5ℓ짜리가 5천원. 대기오염이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이고 보면 옛날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도 무릎을 칠 아이디어상품임에 틀림없다.
이 「캔 산소」를 처음 개발 일본의 경우는 이밖에도 산소를 코피처럼 주문해 마시는 산소다방이 등장했는가 하면,산소성분을 함유한 화장수등이 날개돋친듯 팔린다고 한다. 공기가 나쁘기로 유명한 멕시코시티에서는 공중전화부스같이 만든 산소룸이 거리마다 번창하고 있다고도 한다. 인간이 더럽힌 자연은 결국 인간에게 그 대가의 지불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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