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동포에 도움의 손길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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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LA교포들은 허탈감과 슬픔을 딛고 힘차게 재기에 나서고 있다. 좌절이나 분노 대신 평화를 외치며 새 출발의 의지를 보이는 모습이 미국의 언론들도 찬사와 격려를 보내고 있다.
교포들의 그런 의연하고 꿋꿋한 모습은 멀리서 보기에도 자랑스럽고 가슴뿌듯하다. 그 의지와 용기를 지속해 나간다면 빠른 시일안에 다시 코리아타운의 번영을 이룩해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이번 흑인폭동으로 교포들 중에는 수십여년의 피땀어린 결실을 하룻밤새에 잃고 망연자실해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혈육을 잃은 사람도 있고 다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해선 국내에 있는 우리들로서도 무언가 도움을 주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는 정부대로 이들의 재기를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각종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고,그밖에 종교단체나 사회단체는 그들대로,또 개인은 개인대로 성의를 다해야 할 것이다.
고난의 역사를 살아오면서 우리들에겐 어려울때 도움을 아끼지 않는 아름다운 전통과 미덕이 몸에 배어 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도 있듯이 슬픔과 고통을 함께 하려는 한 핏줄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 만으로도 LA의 교포들은 재기에 큰 힘을 얻을 것이다.
미국내 한인들은 벌써 구호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수십만달러의 성금을 모았다고 한다. 피해를 본 교포들까지도 더 딱한 교포들을 위해 선뜻 큰 액수의 성금을 내놓기도 했다.
재기를 돕는 길이 반드시 물질적 지원 한가지 뿐만은 아닐 것이다. 보험금이나 보상청구에 법적 지식을 제공하고 상거래상의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등 도울 수 있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LA교포들에게 그들이 결코 외롭지만은 않으며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어 재기의 의욕을 북돋워 주는 일이다.
우리는 한미간의 우호를 생각해서라도 미국 정부가 한인들에게 특별한 배려를 해주기를 촉구하고 싶다. 이번 폭동의 진압과정에서 주방위군 등이 한인의 보호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의심이 LA교포사회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일고 있다. 이러한 의심이 가져올 악영향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미국정부는 코리아타운의 재기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인교포들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데는 미국언론이나 시민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한인 교포들은 이미 미국시민이거나 영주권자다. 또 이번 폭동의 원인은 흑백문제에 있지,결코 한흑문제에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를 한흑문제로 파악하려는 자세야말로 한인들의 재기를 막고 상처를 덧나게 하는 길임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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