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어린이 「예술 놀이 공간」 만들자"|「과천」서 세미나·현장 실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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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28일 오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소강당.
네살박이 코흘리개 꼬마에서 제법 학생티가 밴 국교 3학년 어린이에 이르는 35명의 어린이들이 끼리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만들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측이 제공한 염색된 한지·스티로폴·마분지 상자 등 폐품과 어린이들이 준비해온 우유팩·색종이·신문지·과일 포장재가 작은 손을 따라 이리저리 꿰맞춰 지며 「우리 마을」로 둔갑 (?) 하기도 하고, 「미래의 사람」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지난날 27∼29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동·청소년과 미술관 교육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와 현장 실습 교육을 통해 국립 현대미술관이 시도한 「예술 놀이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은 어린이들에게 있어 상대적으로 높게만 느껴지던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친근감까지 불러일으키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내한한 우도리벨트 박사 (독일 하노버 슈프렝겔 미술관 큐레이터) 는 「예술의 길잡이-현대미술관에서의 미술관 교육의 과제와 프로젝트」강연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미술관은 무엇보다도 감각적인 체험, 즉 미적 체험의 장소여야 하며 이런 의미에서 미술관은 「학교 밖의 교육장」 구실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미술관은 예술 놀이 공간이 돼야 한다는게 그의 견해. 예컨대 단계적인 작업 과정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인 조각가 울리히 뤽크림의 예술 원리를 어린이들의 수업에 적용시켜 일부러 각 부분의 연결 순서를 뒤죽박죽 해 놓은 다음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관찰을 통해 이를 재정리하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은 작품 전체의 흐름을 파악한 다음, 작가의 제작 과정을 실험을 통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어린이들에게 「상황적 체험」을 하도록 해주는 것도 예술 놀이 공간으로서 미술관이 할 수 있는 역할. 그는 학생들로 하여금 브라질 출신 예술가와 함께 슈프렝겔 미술관에 소장돼있는 메르츠라는 건축물을 본떠 버려진 나무·검은 헌옷 등으로 커다란 예술 오두막을 짓는 작업을 하게 함으로써 제3세계의 궁핍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한 예를 소개하기도 했다.
현장 실습 교육에는 상명국교 3학년 남녀 어린이 20명과 유치원·미술 학원에 다니는 4∼6세 남녀 어린이 15명 등 35명이 참가, 두시간 동안 공동 작업을 했다.
미술관측은 염색 공예가 박종화 교수 (숭의여전·응용미술과)가 실크전에 염색할 때 사용됐던 한지 폐지를 기증받아 「국립 현대미술관, 우리 미술관」이란 주제로 만들기·꾸미기를 시도했다.
어린이들이 가장 즐거워한 것은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 김우진·이영대·한성민 군 (숭의국 3) 등은 『여럿이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은 학교 미술시간에는 없던 일』이라며 탄성을 연발했다.
「마을 만들기」를 하던 임윤선 양 (숭의국 3)은 『미술 시간에는 전혀 못 만져 보던 스티로폴 등이 있어 흥미롭다』면서 『국립 현대미술관이 이처럼 재미있는 곳인 줄 몰랐다』고 말하기도.
이번 프로그램을 주관한 박내경 국립 현대미술관 학예관은 『미술관은 어릴 때부터 친밀한 곳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장소로 기억돼야 한다』고 말하고 예술 놀이 공간으로서의 미술관 활용이 계속 이뤄지길 희망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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