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이 탔던 차 「현대엑셀」속도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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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찰 “176㎞ 질주” 발표에 현대측 “160㎞가 한계” 항의/선전효과 톡톡히 봤지만 “범죄 사용” 부정적 이미지
전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는 LA흑인폭동사태의 발단이 된 「로드니 킹사건」에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관련돼 있다.
LA경찰국 조사에 따르면 사건당일인 지난해 3월3일 0시30분쯤 LA근교 210번 고속도로상에서 「시속 1백76㎞ 이상으로 과속질주」(경찰주장)한 로드니 킹(25)의 승용차는 87년형 흰색 5도어 현대엑셀이었다.
사건당시 『4기통 한국산 소형차가 8기통짜리 대형 경찰고속순찰차를 능가하는 속력을 냈다』는 말이 나돌자 「현대 아메리카」측은 킹 승용차의 속력이 경찰에 의해 부풀려진 것으로 보고 진상조사에 착수했었다.
「현대 아메리카」 안건홍보실장은 이에 관해 『엑셀의 계기판에는 1백마일(1백60㎞)까지만 표시돼 있으며 경찰이 밝힌 속도는 엑셀로서는 불가능한 속도라고 항의했다』며 이후 경찰로부터 『85마일(1백36㎞) 정도 달린 것 같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승용차의 속도는 결국 킹의 범법행위를 더욱 무겁게 하기 위한 경찰의 의도가 있었다는 얘기다.
로드니 킹 사건과 현대자동차와의 관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미국 TV방송 광고에서도 말썽이 돼 여론재판을 받았다.
현대 쏘나타가 질주하는 장면이 담긴 TV광고 내용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로드니 킹 사건을 연상케한다는 지적이 LA타임스에 실리는등 지난해 봄 방송된 쏘나타 TV광고는 미 전역 여론조사결과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나타나 캘리포니아·애리조나주 일부지역에서는 방송금지가 되기도 했다.
문제의 TV광고 내용은 범죄집단이 탄 독일산 BMW를 경찰차인 쏘나타가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해 가장 잘 팔린 외국차였던 일제 혼다 어코드와 미국산 판매 1위를 기록한 포드 토러스를 추월,범인일당을 체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론의 화살을 받지는 않았으나 현대자동차가 범죄자들을 등장시킨 TV광고가 또하나 더 있다.
탈옥수가 감방을 탈출하는데 성공한후 외부인 공범이 대기시켜놓은 벤츠 승용차에 올라탔으나 시동이 걸리지 않자 『현대차를 갖고 오라고 미리 말했잖아』라며 신경질을 부리다 체포되는 내용이다.
세계자동차 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로드니 킹 사건으로 현대엑셀은 선전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지만 현실과 광고에서 모두 범죄자들이 이용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함께 새겨진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시카고=이찬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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