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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폭동(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해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은 2층의 자연인류학 전시실을 잠정폐쇄했다. 그 안에 소장하고 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원인의 모조 두개골을 새로 마련할 때까지 문을 닫기로 한 것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원인이란 1925년 이후 남아프리카 여러 지방에서 발견된 최고의 화석인류로 66년부터 이곳에 전시돼 왔다.
그러나 인류의 기원을 둘러싼 오늘날의 여러 연구성과와 과학적 사고를 반영해 스미소니언박물관측은 새 두개골을 전시할 예정인데,그것은 살갗이 검은 원시인이 될 것이라고 한다.
70년대 이후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은 확고부동하다. 그래서 요즘 미국과 유럽에서는 아프로센트리즘(Afrocentrism:흑인중심주의)이라는 학문이 새롭게 각광받으며 기존 학설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한국어판)』는 지난 1월29일자에 「백인 그늘에 가렸던 흑인역사 바로 잡자」는 특집을 마련,아프로센트리즘을 다각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코넬대 마틴 버널 교수가 쓴 『흑인 아테나여신』이란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그리스 문명의 모체는 이집트인데 인종차별주의자인 옛날의 고전학자들이 서구문명의 계보에서 이집트를 잘라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클레오파트라의 피부는 원래 검은색이었는데 이들에 의해 백인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역사학자 헤로도투스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사람도 「검은」이집트인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있다. 그러나 「흑인」이라기 보다는 피부색이 좀 까무잡잡하다는 뜻이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엊그제 미국 LA지역에서 대대적인 흑인폭동이 일어났다. 케네디 대통령이 언젠가 『이 긴 백년간 노예제도는 없어졌지만 흑인을 위한 진보는 너무도 저지당하고 있다』고 개탄한 것처럼 미국사회의 흑백문제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우리 교포사회에 더 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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