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변칙조성”의혹/「민자교육원 매각」경선 쟁점부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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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 공식기구 안거치고 수의계약/당지도부 부도덕성에 초점/이 후보측/“열세만회 노린 폭로전”반박/김 후보측
서울 가락동의 1만8천여평에 달하는 민자당 중앙정치교육원 부지 극비 매각문제가 뒤늦게 밝혀져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에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윤환 전사무총장 주도하에 당총재인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대표의 결재를 받아 당 공식기구의 논의절차 없이 건설업체인 (주)한양에 팔기로 가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은 당지도부의 도덕성에 손상을 주고 정치자금을 변칙조성 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종찬후보진영은 29일 즉각 대책회의를 열어 『당지도부는 당무회의를 시급히 소집해 진상을 보고,해명해야 한다』며 『1백만 당원의 성금으로 이루어진 당 기본재산이 당무회의 보고도 없이 매각됐다는 것은 충격』이라고 개탄했다. 이 후보 진영은 이같은 논평을 통해 당 지도부의 부도덕성과 비민주성에 초점을 맞춰 당내 대권후보 경선에서 쟁점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김윤환 전총장도 이에 대해 『저쪽(이 후보 진영)에서 폭로하겠다는 위협이 여러차례 있었으나 해볼테면 해보라고 했다』며 『계약이전 교섭단계의 실무책임자인 장경우 전부총장(이 후보 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이 더 잘아는 내용으로 전당대회 대의원 동요를 노린 저열한 정치공작』이라고 맞받아치고 나섰다.
이 문제는 공교롭게도 경선의 불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 공개됐으며 문제의 당사자가 김영삼후보와 김 후보 옹립의 선봉장격인 김 전총장,그리고 김 후보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노 대통령이란 점에서 김 전총장의 『노 대통령과 김 대표와 나,3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란 반박도 제기되고 있다.
김 후보 진영은 이 문제가 뒤늦게 부각된 것은 이 후보 진영에서 고의로 언론에 정보를 흘린뒤 이를 경선에서 쟁점화,대의원들에게 김 후보 진영의 부도덕성을 각인시켜 전세역전을 노린 것으로 보고있다.
즉 이 문제를 둘러싼 소문이 4월 중순 민정계 7인협회의 등 이 후보 진영에서 계속 흘러 나왔다는 점에서 「우연」이 아닌 홍보전 내지 폭로전의 일환이란 시각이다.
따라서 최근 모월간지에 게재된 김 후보의 사생활 문제와 함께 폭로전의 「제3탄」이 무엇일까에 벌써 촉각이 뻗어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진영은 폭로·공작의 의혹을 피하기 위해 당무회의 소집요구라는 짤막한 대변인 발표로 1차 대응했지만 앞으로 집요한 공세를 펼칠 것이 틀림없다.
김 대표 진영도 당내경선이 폭로전 양상으로 번질 경우 「다된 밥에 코 빠뜨리기」가 될 우려가 있어 일단 막후절충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전력을 벗기는 폭로전으로 맞대응 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우세에 있는 김 대표측에서 그렇게해 얻을게 뭐있느냐는 견해가 더 많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공방과는 별개로 교육원 매각에는 밝혀져야 할 대목이 여러군데 발견된다.
서울 강남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세울 수 있는 몇안되는 금싸라기 땅이자 강남의 「큰손」조춘자 여인의 조합아파트 사기분양 행각의 대상까지 된 이 땅을 시가와는 동떨어진 90년 10월 감정가선에서 계약한 부분이 우선 미심쩍다.
감정가는 통상시가의 70∼80% 안팎이며 이 지역 부동산 중개소들에 따르면 큰 길가의 경우 평당 1천만∼2천만원이고 전체적으로는 평당 7백만∼8백만원 선이어서 한양과의 가계약액 평당 7백만원선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당에서는 『천안교육원 완공후 가락동 교육원에 대한 재감정을 실시,차액을 정산하도록 돼있고 반드시 한양에 팔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면서도 계약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시가와의 차액부분이 총선자금 등으로 민자당에 제공됐을 가능성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필요하다.
또 최고가로 판매하기 위해 공개입찰 경쟁을 하지않고 수의계약으로 한양과 가계약을 체결한 것도 의혹스런 부분이다.
김 전총장은 이에 대해 『구당사 입주시 이미 입주해 있던 선진엔지니어링을 가락동 교육원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한양 계열사인 선진측과 인연을 맺어 자연스럽게 천안교육원 설계와 시공까지 맡기게 됐다』며 『노 대통령의 숙원사업이어서 노 대통령 임기만료인 내년 2월전 천안교육원 완공을 서두르다 보니 자금이 부족해 가락동 교육원을 담보형태로 매매가계약을 체결케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가계약서 상으로도 수백억원의 선도금이 이미 민자당에 지불됐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지만 확인은 안되고 있다.
이춘식당경리실장은 『지난해말 김 전총장이 한양과 계약키로 했으니 실무적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하고 있는 만큼 한양 선정이유에 대해서는 김 전총장의 보다 구체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가계약 체결과정에서 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에게 보고조차 되지 않았고 당무회의 등에서 논의되지 않은 점등은 절차상의 하자로 당내부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거액의 땅처분을 극비리에 추진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자금 조성의 오해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김 전총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석연찮은 구석이 남아있다.
당주변에서 김 전총장이 지역구인 경북 선산에 건립중인 서일전문대(숭선전문대로 명칭 변경)의 설계와 시공을 선진과 한양측에 맡겼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나 김 전총장은 『설계는 선진이 맡았지만 시공은 청구주택에 맡길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 진영은 일단 김 전총장의 해명으로 끝난 것으로 간주,정면대응 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러나 당의 계약서 공개가 선행돼야 하며 좀더 분명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후보 진영에서는 한양이 지난 3월중 김 전총장의 주선으로 모은행에서 5백억원을 대출받았다는 건설업계의 소문을 들어 김 전총장과 한양 사이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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