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흑인 대폭동/흑인구타 「킹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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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해경관 가벼운 판결 반발/한밤 떼지어 총기 난사/상점들 습격 약탈·방화/비상선포/교포들 불안속 전전긍긍
【로스앤젤레스지사=이원영기자】 전미국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국 소속 백인경찰관들의 흑인 집단구타사건인 로드니 킹사건의 가해경찰관들에게 가벼운 판결이 내려지자 이에 분노한 흑인들이 29일 밤 로스앤젤레스 곳곳에서 폭동을 벌여 약탈·방화·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톰 브래들리 로스앤젤레스시장은 무죄평결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흑인들에게 자제를 호소하는 한편 이날밤을 기해 지역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피트 윌슨 캘리포니아주지사는 브래들리시장의 요청에 따라 폭동진압을 위해 주방위군을 투입하라고 명령했다.
이 사건을 심의해온 시미밸리 지방법원 배심원들은 7일간의 마라톤협의끝에 29일 오후 로드니 킹을 직접 구타한 전직 경찰관 스테이지 쿤·테드 브리세너·티모시 윈디 등 3명에게 무죄를 평결하고 로렌스 파월 한사람에게만 재심사를 결정했다.
이같은 평결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흑인들은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지나는 행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달리는 버스·승용차에 돌을 던졌다.
밤이 되면서 흑인들의 행동은 더욱 과격해져 거리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상점들에 약탈·방화를 가하는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했다.
흑인 밀집거주지역인 사우스 센트럴 LA지역은 완전 무법지대화,수많은 상점들이 약탈·방화됐다. 특히 이 지역 대규모 쇼핑타운인 슬로슨 스왑밋에선 수백개의 점포들이 약탈·방화됨으로써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가까운 지역의 한인들이 운영하는 리커스토어(주류소매점)들도대부분 피해를 보았으며,거리 곳곳에선 경찰과 흑인폭력단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져 총성이 계속되고 있다. 흑인단체들은 이번 사건의 무죄평결은 지난번 무죄로 풀려난 두순자여인 사건과 연결시켜 반한감정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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