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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체포장」싸고 검·경 이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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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찰의 체포장 제도 도입방침에 법무부와 검찰은 불필요한 제도라고 일축하는 등 상반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경찰은 수사권 독립이라는 미묘한 과제와 연관돼 일단 검찰과의 껄끄러운 교섭과정이 예상되기는 하나 어차피 거쳐야할 관문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경찰청에서는 형소법 개정시안을 놓고 조문을 검토하는 단계지만 대체적 흐름은 민생치안 확립이라는 큰 목적을 달성키 위해서라도 이 부분에 대해 법무부·검찰 측과 협의가 가능하다고 보고있다.
경찰내부에서는 초동수사단계에서 사소한 부분까지 검찰의 지휘를 받는 것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난점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흉악범·조직폭력배 등 수사에는 경찰의 자체판단에 따라 초동단계에서 즉각 대응이 가능한 체제·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라는 경찰조직 숙원 해결을 위한 첫걸음으로 인식될 수도 있어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수사 형사의 자질 등을 감안해 「시기상조」라는 상반된 시각이 맞서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경찰은 이 제도가 남용 또는 악용돼 인권침해의 물의를 빚지 않게 면밀한 검토와 전문가 의견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야할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검찰은 경찰이 체포장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수사권 독립을 위한 사전포석일 뿐 수사 필요성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까지 경찰은 임의동행 형식으로 피의자를 연행한 후 48시간(일부지방 72시간) 동안 「보호유치」하는 불법적 관행을 통해 강제수사를 벌인뒤 피의자를 석방하거나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는 등 실질적인 수사권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형소법 개정시안은 긴급구속제도와 영장 실질심사제를 도입, 이같은 경찰의 자의적인 인신구금 여지를 막고있다.
개정시안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현행범이 아닌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중죄를 범한 피의자가 임의동행을 거부할 경우 ▲검찰이 긴급 구속장을 발부, 피의자를 강제 연행한 뒤 28시간 내에 법원으로부터 정식 구속영장을 발부 받거나 ▲증거수집을 통해 혐의를 잡아 사전영장을 발부 받아야 구속이 가능하다 .
긴급 구속장은 수사기관인 검찰이 발부하는 것인 만큼 자의적인 법 해석을 방지하기 위해 정식 영장청구 때 법원에 수사기록 검토와 함께 피의자 신문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균형을 꾀하고 있다.
또한 경찰 등 수사기관은 긴급구속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기타범죄 피의자에 대해서는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6시간), 수사하거나 이를 거부할 경우 검찰의 청구로 법원으로부터 구인장을 발부 받아야 강제연행 및 구금이 가능하다.
따라서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경찰은 현행범이 아닌 한 검찰의 지휘 없이·피의자를 강제 연행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 당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도록 돼 있어 경찰의 영장 청구 또는 기소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경찰이 우려하는 수사상 난점은 긴급 구속제도와 현행범에 대한 체포권 등 제도를 통해 해소될 수 있는 만큼 경찰 자체의 체포장 제도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우석·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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