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율동…신기의 몸짓|서울서 다시 보는 볼쇼이발레 본사초청|5월 25일∼30일 세종문화회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볼쇼이발레단의 세 번째 내한공연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무용계는『마침내 가장볼쇼이다운 발레를 맛볼 수 있게 됐다』는 기대로 들떠있다. 고전발레나 소품을 선보였던 종래와 달리 이번에는 현존하는 거장 안무가의「현대적 발레」전작이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사 초청으로 러시아공화국 볼쇼이발레단이 오는 5월 25∼30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공연할 작품은『스파르타쿠스』, 그리고『로미오와 줄리엣』. 세계정상의 천재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안무로 1백70여 명의 볼쇼이 무용수들이 펼칠 이 명작발레들에 대해 알아본다.

<스파르타쿠스-고대사회 압제 벗으려는 몸부림|남성무용수 장엄한 군무 돋보여>
기원전 1세기 로마제국 노예 검투사 스파르타쿠스가 자유를 위해 싸우다 결국 실패하는 내용의 비극적 댄스드라마. 3막 12장으로 구성된 약 2시간10 분짜리 이 대작을 통해 안무자는 고대사회의 처절한 압제, 그런 절대주의 사회에서 인간성을 찾으려는 몸부림을 보여준다.
영웅적 노예 검투사 스파르타쿠스를 중심으로「죽음보다도 강렬한 자유에 대한 갈망」을 부각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러시아의 풍부한 발레무용수들을 십분 이용한 군무. 그 중에서도 남성무용수들이 자유자재로 도약하며 필치는 장엄하고도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은 우수한 남성무용수들을 무진장 보유한 볼쇼이발레만의「특허」로 유명하다.
1950년대 야콥슨과 모이셰프 등 안무의 거장들이 안무한『스파르타쿠스』가 모두 성공하지 못했던데 비해 1968년 그리고로비치가 재 안무한『스파르타쿠스』는 세계적 걸작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줄거리가 분명하고 생생한 갈등을 살려내는 극적 구성이 빼어나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는 대중성.
아람 하차투리안의 정열적이고 생명력이 약동하는 음악이 그리고 로비치의 안무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증오 넘어선 시적 사랑 중점묘사|팬터마임 과감히 줄여 색다른 맛>
『셰익스피어 비극 특유의 장엄미에 박진감 있는 역동적 춤이 결합해 정열·사랑·해학이 넘치는 발레』.
1978년 볼쇼이발레단이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그리고로비치가 재 안무한『로미오와 줄리엣』을 초연하자 서구 무용계는 놀라운 예술성과 테크닉으로 완성된 이 공연에 최대의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3막 15장으로 구성된 약2시간10분 길이의 이 작품은 그간 수많은 안무가들이 창작한『로미오와 줄리엣』과 뚜렷이 구분되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널리 알려진 줄거리를 그대로 전개시키기보다 잔인성과 증오를 넘어선 시적 사랑을 묘사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 그 첫 번째. 내용전달을 위한 팬터마임을 과감히 줄이는 대신 각 장면의 분위기에 맞는 상징적 춤들을 활용했다.
프로코피예프의 작곡대본에 충실함으로써 그 동안 삭제됐던 음악들이 상당부분 되살아났다. 마지막 묘지장면에서 로미오가 죽기 전에 줄리엣이 깨어나 두 사람이 애절한 이별의 슬픔을 나눌 수 있도록 함으로써 비극적 상황을 더욱 긴박하게 강조하는데 성공한 것도 종래의 안무와 다른 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