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때 조상 면혼 편히 잠들어"|22일 서천「조명군대」서 합당대제 봉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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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임진왜란 때 억울하게 희생당한 우리 조상들의 원혼들이 4백여 년이 지난 지금에야 편안한 안식처를 찾게 됐으니 감개가 무량합니다.』2년 전 일본에서 돌아왔지만 영구적인 거처를 갖지 못했던 이총(귀-무덤)의 영령들에게 안식처를 마련해 주는「임란 이가 호국영령의분합장대제」를 22일 경남 사천에서 봉행하는 박삼중 스님(51·부산 자비사주지).
일본의 경도시 동산구에 위치한 조선침략의 원흉 풍신수길의 사당 앞에 황량한 모습으로 버려져 있던 이총을 지난 84년 발견한 이후 한국에서의 영원한 안장을 위해 8년여를 노심초사해온 그는『이제야 발을 뻗고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총은 임란 때 왜군들이 전리품으로 일본으로 가지고 간 조선군사와 양민 12만6천여 명의 귀와 코를 묻은 역사적 수치의 현장으로 경도시의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박 스님은 6년여 일본정부와 교섭하고 일본 불교계의 협조를 얻어 지난 90년 4월「이총 영가 환국위령대제」를 지낸 후 귀-무덤의 영혼들을 무덤의 흙과 함께 부산으로 봉송해 왔었다.
그러나 마땅한 안식처가 없어 그 동안 자신이 주지로 있는 자비사에 안치해 놓았으나 이번에 머리무덤으로 일컬어지는 경남 사천군의 조명군총과 합장, 물과 영의 만남」을 시도하게 됐다는 것.
조명군총은 정유재란 때 사천군 선율리 성에서 벌어졌던 조-유 연합군과 왜군의 격전에서 사망한 연합군의 머리무덤.
이 무덤에 묻힌 머리 수는 최저 7천에서 최고 3만8천으로 기록돼있는데 사천군이 현재지방문화재로 관리하고있다.
『4백년만의 머리와 귀의 결합』이라고 이번 분 합장 대제의 의미를 설명하는 박 스님은 『이곳에 임란 종합전시관 등을 세우고 성역화해 후세들에 교훈을 주는 역사의 현장으로 만들겠다』고했다.
이번의 합장대제는 합장추진위원회(명예위원장 이강훈 광복회장, 위원장 윤길중 전 국회부의장)와 사천문화원(원장 오필근) 주최로 거행되는데 전일 천도제를 가진 영혼들이 꽃차에 실려 오전8시 군악대와의 장대를 따라 자비사를 출발하게 되며 부산 사직실내체육관 앞에서 노제를 지내게 된다.
조명군총 앞에 도착하면 혼백안좌를 위한 대제봉행식·진혼가·진혼무·범패 등으로 이루어진 영가천도 예술대제·영가천도제 등이 있게된다.
주최측은 이 행사에 2만여 명의 불교신자와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일본 불교계 등에서 37명의 진사참회 단이 방한할 예정이라는 것.
이 행사비용은 부산에 거주하는 불교신도들, 재소자 교화사업에 관심을 가져온 박 스님과 교분을 가져온 재소자들, 독지가들의 성금으로 이루어졌다고 박 스님은 밝혔다.<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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