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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보는 눈부터 바로잡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장애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존중되는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한 「장애자권리선언」이 선포된 것은 지난 75년이었다.
이 선언에 포함된 「인간으로서의 존엄」에는 성한 사람들과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권리 뿐만 아니라 자립을 위한 시책의 혜택이나 보통사람들과 같은 생활수준의 향수,사회활동 참여,능력의 개발과 그 능력의 활용에 의한 사회통합에의 참여 등도 포함돼 있다.
선언채택후 무려 20여년이 가까워 가는 현 시점에서 장애인들의 실정을 둘러볼 때 이 선언이 수사에 그쳤음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들이 삶의 의욕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회참여의 기회를 단적으로 반영하는 취업실태를 보면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엄연히 발효되고 있는데도 실제취업자는 의무고용인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장애인 실업률은 38%에 이르러 정상인 실업률 2.4%에 비하면 엄청난 불평등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차별은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편견에서 비롯된다. 현재 공식집계된 국내의 심신장애인은 약 1백만명에 이르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체 인구의 10% 정도를 장애인으로 추산한다. 10명 중에 한 명이 장애인이라면 이는 우리 이웃의 문제며 내 가족의 문제로 봐야 한다. 더구나 세계최고의 교통사고율이나 각종 산업재해와 직업병에 의해 언제 장애인이 될지 모르는 현실에서는 바로 내자신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장애인 문제를 자신과는 너무 거리가 먼 남의 일같이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혐오와 기피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경향마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며 행상을 하는 장애인을 범죄조직과 연계되지 않았나 하는 의혹과 냉대로 대하는 사람도 있다.
공공기관이나 자선단체에서 장애인보호시설을 마련하려고 하면 인근주민들이 총동원돼 시위를 벌이며 반대해 실현되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장애인이 택시나 버스를 타려고 하면 「재수 없다」고 그냥 가버리는 차마저 있다.
물론 선천적인 장애인도 있겠지만 사회활동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천적 장애인은 우리 사회가 바로 그 불행의 원인제공자라는 뜻에서도 우리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할 부분이 큰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공적 설비나 보호시설,취업의 기회 제공은 국가와 기업이 앞장서 주력해야 할 일이다. 이에 앞서 그들이 우리와 똑 같은 이웃으로 동등한 입장에서 감싸고 정을 나누며 살맛나게 하는 것은 국민 각자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때에만 가능하다. 20일 장애인의 날이 하루 행사에 그치지 않고 그런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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