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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T 시험기회 "여전히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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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토플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교육평가원(ETS)이 한국의 토플(TOEFL) 응시 가능 인원을 지금의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을 접수 대상에서 제외해 응시생들이 애를 먹은 '토플 대란'이 발생한 지 10여 일 만이다. <중앙sunday 4월 22일자 1.2면>

21일 한국에 온 미국교육평가원(ETS) 폴 램지 수석부사장은 "올해 말까지 한국의 토플(TOEFL) 응시 가능 인원을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말했다. 4월 현재 시험 좌석으로 확보된 6만4000명에 7만 명을 추가, 연말까지 13만4000명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좌석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ETS는 또 "국내에 한국 전용 등록 서버를 설치하기 위해 웹호스팅 업체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램지 수석부사장의 방한은 전 세계 토플 시장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한국에서 iBT(internet-Based TOEFL) 접수 대란 이후 ETS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진 것을 의식한 것이다.

◆비난 여론 진화 나선 ETS=램지 수석부사장은 "한국 수험생에게 사과한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한국은 2006년 기준으로 토플 시험 응시 인원만 13만 명(추정)에 이르는 세계 최대 시장인 점을 감안한 얘기다. 1회 170달러인 iBT 응시료 수입만 해도 한 해 220억원이 넘으니 무시할 수도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바스카 팬트 아태지역 사장, 대니얼 웨이크만 기술총괄 부사장, 토마스 유잉 대외협력이사, 김혜진 ETS프로그램 디렉터 등 ETS 임직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ETS는 기습 접수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김혜진 디렉터는 "좌석이 추가될 때마다 접수를 하는 '기습 접수'는 더 이상 없을 것"이며 "접수 3일 전에 공지하고 2500석 단위로 접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TS는 또 6월까지 ETS 한국사무소를 개설해 한국 수험생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한국어 홈페이지를 만들 방침이다.

외국어고와 일부 대학이 토플을 입시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램지 부사장은 "ETS의 고객을 잃었다는 게 달가운 일은 아니다"라며 "토플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패스포트"라고 토플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수급 불균형 해소되나=램지 부사장은 국내 수험생들의 '광클'(미친 듯이 클릭)을 언급하며 "이번 사태의 원인은 한국의 높은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TS는 6월 3일로 예정된 PBT 시험을 포함해 8월부터 11월까지 월 1회씩 총 다섯 차례 PBT 시험을 추가로 실시하기로 했다. 총 5만 명이 응시 가능한 규모다. 램지 부사장은 "세계적으로 공급보다 수요가 넘치는 시장에서 PBT 시험을 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초 올 한 해 6만4000명까지 응시할 수 있었던 iBT는 6회 추가 시험으로 2만 명분만 늘어 iBT 수급 불균형 문제는 크게 해소되지 못할 전망이다. PBT에는 말하기(Speaking) 영역이 빠져있어 일부 유학준비생은 iBT를 더 선호한다.

지원할 대학에서 PBT보다 iBT를 선호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폴 램지 부사장은 "PBT를 안 받아 주는 대학은 없다"며 "PBT를 안 받아 주는 대학이 있으면 내가 그 대학에 갈 학생에게 iBT 시험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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