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중공업 한국 잇는 배관 이음쇠 '명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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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윤성덕 사장

1965년 창립한 부산의 대표적인 중견 제조업체인 태광의 주력 제품은 관 이음쇠다. 관 이음쇠는 '산업의 혈관'이라는 각종 배관의 마디마디를 잇는 제품이다. 기름.가스 등을 옮기는 관의 방향이나 크기를 바꿀 때마다 필요한 자재다.

배관의 쓰임새가 다양한 만큼 태광의 국내외 거래처도 다양하다. 국내외 조선소.건설사.석유화학공장.원자력발전소.엔지니어링회사 등이 고객이다. 이 분야에서 세계 10대 회사이자 국내 1위인 태광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태광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05년보다 38.9% 늘어난 191억원이었다. 이 회사 윤성덕 사장은 "금형.열처리 등 요소 기술을 갖고 있고,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할 설비 능력도 갖추고 있어 창립 초기 한두 해를 빼고는 줄곧 이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이 70%를 차지하고 있는 매출 규모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896억원으로 2005년보다 45.6% 늘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2800억원.

태광의 실적 호조는 이 회사 제품이 쓰이는 석유화학 플랜트.조선 등의 경기가 좋은 덕이 크다. 고유가로 산업용 해외 플랜트(석유화학.발전.가스 개발) 산업이 날로 커지는 데다, 세계 1위인 국내 조선산업의 호황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양증권의 김희성 애널리스트는 "중동 국가들의 개발 프로젝트 발주 증가와 국내 조선업의 호황이 계속되고 있어 태광의 실적 호조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 산업이 아무리 커져도 이를 제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80년 대리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은 뒤 2003년부터 부친을 이어 경영을 맡은 윤 사장은 석유화학 플랜트 시장에 주목했다. 윤 사장은 지금도 두 달에 한 번꼴로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거래처 임원들에게 산업 전망을 꼬치꼬치 물어본다. 석유화학 플랜트 산업이 커질 것으로 판단한 윤 사장은 2005~2006년 설비 증설에 300억원을 쏟아 부었다. 때마침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며 이미 증설 작업을 마친 태광은 톡톡히 특수를 누리고 있다. 대체 에너지 개발 사업과 관련된 분야에서도 배관 수요가 늘고 있다. 윤 사장은 "적어도 2010년까지는 바쁠 듯하다"고 말했다.

창립 이후 조선용 관 이음매의 비중이 컸던 태광은 95년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인 SCT사업부를 만들어 200억원을 투자했다. SCT사업부는 반도체.LCD 제조라인에 쓰이는 '초 청정(Super Clean)' 관 이음쇠와 배관용 밸브를 만드는 곳. 태광은 이를 통해 수입에만 의존하던 제품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개발했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LG필립스LCD.NEC.후지쓰 등 국내외 기업에 납품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태광은 올해도 관련 사업의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50억원을 투자해 국산화를 이루지 못했던 반도체.LCD 제조라인용 가스 필터를 하반기부터 생산한다. 6월쯤 공장 가동 준비가 끝난다. 윤 사장은 "연간 200억원 규모인 국내 가스 필터 시장을 지키는 것은 물론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며 "돈도 돈이지만 국산화를 이뤘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런 태광의 변화 노력은 '한 우물 속 변신'이라고 할 수 있다. 윤 사장은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해야 결과도 좋더라"고 말했다. 자기 사업과 관련된 산업을 잘 분석해 미리 준비하면 어떤 분야에서든 성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윤 사장은 제품과 기술 뿐만 아니라 시장 다각화도 꾀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은 '브릭스(BRICs)' 지역이 그의 관심권이다.

윤 사장은 사업 다각화 때든 해외 진출 때든 은행에서 한푼도 빌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무차입 경영 전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년 사이 설비 증설에 300억원을 투자할 때도 내부 유보금과 유상 증자 대금으로 해결했다. 윤 사장은 "무차입 경영이 왕도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무리하지 않겠는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글=남승률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김현동 기자

㈜태광은

설립:1965년 5월

대표이사:윤성덕

본사:부산시 강서구 송정동 녹산공단 내

임직원수:416명

주요제품:산업.반도체용 관 이음쇠, 가스 밸브 등

자본금:100억원

※ 이 회사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포브스코리아 5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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