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I♡뮤지컬] 대작들 잇단 화려한 무대 … "5월엔 날 보러 와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계절의 여왕 5월. 뮤지컬도 대형 작품들이 속속 올라간다.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3편을 소개한다.

#1 캣츠(Cats) 대만서도 거의 전석 매진

5월 31일~7월 1일 대구 오페라하우스

7월 6일~9월 2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뮤지컬의 황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이 뮤지컬의 주인공은 물론 고양이다. 서양에는 '고양이 목숨은 아홉'이라는 전설이 있는데, 이에 착안해 단 한 마리의 고양이에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천혜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연 누가 선택될 것인가라는 내용이다.

원작인 T S 엘리엇의 우화집 제목은 '늙은 주머니쥐의 고양이에 대한 보고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

주머니쥐는 지혜를 상징하는데, 엘리엇의 별명이 주머니쥐였다는 말도 있다. 뚱보.말썽꾼.마법사.좀도둑 등 갖가지 캐릭터의 고양이들이 등장해 탭댄스.재즈발레.애크러배틱 등 다양한 율동을 선보인다. 가위 '춤'의 모든 것이 등장할 만큼 신나는 무대가 이 작품의 매력이다.

늙은 창녀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메모리(Memory)'는 '캣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곡이다. 이 노래는 갖가지 신기록으로 유명한데, 특히 공연이 되던 첫 해 백만 번이나 라디오 전파를 타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만일 지금부터 메모리를 백만 번 들으려면 CD의 반복 재생 버튼을 누르고 5년 뒤 멈춤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미 첫 기착지였던 대만에서는 전석 매진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한국 공연을 마치면 중국.이탈리아.독일 등 전 세계 7개국을 추가로 순회한다. 이번 내한 공연이 '캣츠'의 마지막 월드 투어가 될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신기록 뮤지컬이라 불릴 만큼 세계적 흥행을 기록했기에 당분간 오리지널 무대를 감상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소문이다.

#2 대장금 드라마 열풍 이어갈 지 초미 관심

5월 26일~6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캣츠'나 '왕과 나'가 검증받은 세계적 흥행작이라면, '대장금'은 오랜 기간 공을 들여 만든 새로운 대형 창작 뮤지컬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인기 드라마를 가져다 무대용으로 탈바꿈시킨다.

여의(女醫) 장금 이야기의 시작은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짧은 문구에서 비롯됐다. 출생연도나 활동 내용 등 자세한 내용이 전해진바 없지만, 환우중이던 중종이 "여의가 내 병을 안다"고 언급했다는 기록이 작품에 상상력을 더하게 됐다. 반상차별의 계급주의와 남성 위주의 조선 사회에서 신분과 성별을 넘어 이름에 대(大)자를 붙일 만큼 인정받은 여의사의 출현은 흥미로운 이야기 소재가 아닐 수 없다.

TV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만큼 뮤지컬도 원작에 버금가는 대중적 인기를 끌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난타'를 만들었던 PMC가 제작을 맡아 연출 한진섭, 극본 오은희, 음악 조성우 등 최고 실력을 갖춘 창작진으로 라인업을 구축했다. 김소현.원기준.이태원.한애리 등 뮤지컬 스타들도 대거 출연한다.

작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창작 뮤지컬에서는 흔치 않던 '트라이 아웃(try-out.본 공연에 앞서 지방에서 시험 무대를 갖는 것)'을 시도하는 것도 참신한 발상의 전환이다. 드라마에서 초점을 맞추었던 음식이나 의술보다는 장금-중종-민정호 등 엇갈린 사랑에 무게중심을 둘 전망이다.

#3 왕과 나(King & I) 1951년 초연…초장기 '롱런'

5월 18~27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서구 사정에 우매한 샴(Siam, 오늘날의 태국)의 전제군주가 자손들의 교육을 위해 영국 여성을 가정교사로 고용하지만,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영국의 여류작가 마거릿 랜던이 1944년 발표했던 '애나와 샴의 군주'를 뮤지컬로 각색한 것으로, '오클라호마''남태평양' '사운드 오브 뮤직' 등으로 유명한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에 의해 51년에 초연됐다.

동양 문화에 대한 서양인들의 호기심을 동남아 특유의 황금빛 왕궁 같은 무대에 담아낸다. '서양은 좋고 동양은 낙후돼 있다'는 전형적인 식민사관을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오랜 세월 서양 관객들의 이국적인 문물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준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데엔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왕과 나'는 특히 사할린 태생의 배우 율 브리너를 빼고 말할 수 없다. 두 눈을 부릅뜨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et cetera, et cetera)…"을 외치던 모습이나 데버러 커와 함께 유명한 뮤지컬 넘버 '쉘 위 댄스'에 맞춰 빙글빙글 돌며 사교춤을 추던 장면은 영화팬이라면 잊지 못할 명장면이다. 그러나 그가 처음 왕으로 연기했던 것은 스크린이 아닌 공연장으로, 폐암으로 사망한 85년까지 4625회 동안이나 왕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공연의 성공이 영화로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이미 우리 배우들에 의해 한국어 공연도 막이 올려진 바 있어 영어로 듣는 재미가 은근히 기대된다. 이번 내한 공연은 왕 역의 폴 나카우치와 애나 역의 브리아나 보르거 등 영미권의 투어 공연에서 주역을 맡았던 실력있는 수준급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