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재정위원장실 '450억 돈창고' 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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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 당사의 재정위원장실은 현금 창고였음이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SK 1백억원, 삼성 1백억원, LG 1백50억원, 현대차 1백억원 등 최소한 4곳의 대기업에서 불법적으로 거둔 돈만 따져도 4백50억원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기업의 돈을 합치면 더 늘어난다. 공식 후원금(5대 그룹에서 90억원)은 빼고다. 대검 중수부가 구속한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과 서정우 전 이회창 후보 법률고문 등을 추궁해 실토받은 것이다.

한나라 당사에 현금이 가득했다는 의혹은 검찰이 지난 10월 말 SK에서 불법 대선자금 1백억원을 받은 혐의로 李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처음 제기됐다.

검찰은 李씨의 구속영장에서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실에 가로 약 3m.세로 최소 5m.높이 1.2m 공간에 현금을 담은 라면박스와 A4용지 박스는 4단으로, SK에서 받아온 보자기 쇼핑백은 약 1.2m 높이로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고 밝혔었다. 검찰은 또 "캐비닛과 4단 파일 캐비닛에는 1만원권 현금 다발을 넣어뒀다"고 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실에 현금 수백억원이 쌓여 있었다"는 일부 보도가 나가자 한나라당 측은 "SK 측 이외의 현금은 없었다"고 강력히 항변했다. 그러나 재정위원장실뿐 아니라 재정국장실까지도 넘쳐나는 현금 다발이 쌓여 있었음이 12일 밝혀진 것이다.

현대차의 1백억원도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차째 전달됐음이 이날 수사에서 드러났다. LG 돈 1백50억원도 같은 장소에서 트럭으로 받았던 한나라당이다.

당시 현대차 김동진 부회장의 지시를 받은 崔모 부사장이 현대캐피탈 쪽에 말해 현대캐피탈 지하 4층 창고에 보관 중이던 현찰 1백억원을 전달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50억원씩 이틀에 걸쳐 두차례 차(스타렉스)떼기 전달을 했다는 것이다. 2억원이 든 사과상자 10개와 1억원이 든 상자 30개 등 한번에 40개의 상자가 실려갔다.

검찰은 "현대 측이 문제의 돈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얘기여서 엄정 수사를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당시 재정위원장이던 최돈웅 의원에 대해 이날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崔의원은 SK 돈 1백억원뿐 아니라 삼성 측 1백52억원과 LG 측 1백50억원 모금 과정에도 적극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으나 한달 넘게 잠적 중이다.

한편 한나라당 이재오 사무총장은 이날 자체 조사 결과라면서 "5대 기업 중 롯데그룹에서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사실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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