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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금수 실시여부 관심/미­리비아 팽팽한 대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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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러시아·한국 등 제재단기화 기대
지난 15일 발효된 유엔안보리의 리비아 제재결의안의 효과가 의문시됨에 따라 이 결의를 주도한 미국이 석유금수등 추가적인 제재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안보리결의 748호의 발효에 따라 이제 리비아는 용의자 인도만으로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게 됐으며 피해자 보상과 테러행위 중단의지를 행동으로 확인시켜야 할 것』이라며 리비아가 계속 불응하면 석유금수등의 추가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리비아는 16일 24세에서 25세에 이르는 남자들에게 징집령을 내리고 이집트·아랍마그레브연맹 등 주변국가들에 『서방 기독교권의 압력에 아랍 회교권이 공동대처하자』고 촉구,안보리결의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이번 유엔의 결의는 외형상 아랍권을 포함한 대다수의 유엔회원국들이 동참하고 리비아내부에도 생필품·석유 사재기 등 충격파가 일고있는 것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리비아의 굴복을 이끌어낼만큼 위력적이지는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항공봉쇄에도 불구하고 육·해로는 그대로 열려있어 리비아 대외수입의 95%를 차지하는 석유수출에는 거의 지장이 없는 상태다. 리비아정부는 또 서방의 자산동결에 대비,올해초부터 유럽에 예치된 자산의 절반이상을 자국에 등을 돌리기 곤란한 한국·스위스·중동지역 은행에 옮겨놓은 것으로 알려져 경제적 타격을 피부로 느끼기엔 최소한 2년이 걸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1백억달러이상의 무기수출대금을 받지못한 러시아나 해외건설사업의 태반을 리비아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등 제재동참국가들이 리비아 제재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 제재에 동참한 아랍권 국가 지도자들 역시 반정부아랍민족주의 세력강화의 빌미가 될까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 사태를 단시일내에 매듭지을 방안을 필요로 하고 있다.
미국이 첫번째로 고려중인 대 리비아 제재강화조치는 육·해로를 추가로 봉쇄,리비아의 주수입원인 석유수출에 타격을 주는 방안이다.
하루 1백50만배럴을 생산,1백40만배럴을 서방에 수출하고 있는 리비아로서는 석유금수조치가 실시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 대 리비아 육·해로 봉쇄조치는 국민들을 완전장악하지 못하고있는 주변아랍국가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다. 아랍민족주의에 고취된 주변국 반정부세력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정부의 국경봉쇄조치에 반발하고 오히려 정부타도의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석유금수조치 다음으로 고려대상이 되고있는 대 리비아 군사행동은 경제봉쇄보다 더욱 실행하기 곤란한 방안이라는 것이 분석가들의 평가다.
지난 86년 미국이 단독실행했던 것과 같은 일시적 공중폭격은 리비아가 이미 지하방공시설등으로 대비하고 있어 항복을 받아내기 힘든데다 「탄압받는 리비아,서방에 굴하지 않는 무아마르 카다피」라는 이미지만 강화시킬 역효과가 우려되고 있으며 오히려 걸프전을 계기로 재편되고 있는 미국중심의 중동질서를 흐트리는 대가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리비아를 군사적으로 굴복시키기 위한 군사력 수준을 장비를 제외하고도 9만명의 보병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군사적 제재 가능성보다 석유금수와 같은 경제봉쇄 강화가 선택 가능한 방안이지만 이마저 서방내부의 합의 및 아랍권 내부에서 일고 있는 반서방 민족주의바람의 방향에 따라 영향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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