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J고리」벗겨져 자신감/YS,자유경선 수용 왜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반김계 지지기반 흔들려 “승산있다” 판단/이종찬·이한동씨 2명 출마땐 더욱 유리
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16일 박태준 최고위원의 경선출마 수용의사를 밝혀 5·19전당대회는 외형상 완전자유경선의 틀을 갖추게 됐다.
김대표가 『누가 나와도 좋고 정정당당하게 경선에 임할 것』이라고 한 발언대로라면 경선구도는 김대표,박최고위원,이종찬·이한동 의원 등이 나오는 3∼4파전이 되는 쪽이다.
그러나 김대표의 이같은 입장표시는 박최고위원의 출마포기를 집요하게 요구했던 친김진영의 태도와 상반된 것이고 노대통령과의 청와대회동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김대표의 자유경선 수용은 우선 「박최고위원 출마문제」가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김대표가 청와대회동에서 노대통령으로부터 박최고위원을 밀지 않겠음은 물론 그의 출마포기에 대한 뭔가의 언질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노대통령의 지원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면 박최고위원은 곧 민정계 관리자로서의 지위를 잃게 되고 자연히 득표기반은 축소될 것이라는 계산을 김대표가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박최고위원이 청와대의 관심권에서 벗어나 출마하지 못할지도 모를 형편이라면 김대표가 완전경선의 명분을 선점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 박최고위원 주변에는 16일부터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의 지지세력에 대한 「가지치기」의 기미가 보이고 박최고위원에 대한 포기설득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박철언 의원의 출마포기선언과 박최고위원에 대한 공개적 지원 입장철회에 이어 이상연 안기부장이 16일 오전 박최고위원을 면담한 것은 결코 범상하게 보아넘길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노대통령이 친·인척에게 제동을 걸어 김복동씨도 출마포기를 결심했고 그로인해 김씨의 측근인 강성재 성북을위원장은 지구당 개편대회에서 김대표지지를 선언했다.
노대통령이 김종필 최고위원을 통해 박최고위원의 불출마를 설득했으나(12일) 먹혀들지 않자 「정호용 사퇴파동」처럼 주변을 죄어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박최고위원이 외압으로 호락호락 물러설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김대표가 알고 방향선회를 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즉 김대표가 자유경선을 강조함으로써 박최고위원에게 YS때문에 불출마한다는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박최고위원이 중도하차 하더라도 외압이 아닌 민정계 단일화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명분을 세우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점에서 퇴로를 제공한 것일 수도 있다.
○…청와대 외압설에도 16일 낮까지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였던 박태준 최고위원 진영은 노­YS청와대회동을 전후해 진로모색에 부심하는 표정이 역력.
박최고위원측은 당초 17일의 7인중진협 모임을 끝내고 18일 출마선언 일정을 잡았으나 16일 오후 노대통령과 이상연 안기부장으로부터 잇단 전화를 받고 출마일정을 부인하는등 허둥대기 시작했다. 이는 청와대측의 출마포기 압력이 가중되고 있음을 반영.
게다가 핵심지지지세력이었던 심명보·박철언 의원과 양창식 당선자가 16일을 고비로 주춤거리는 등 예상치못한 상황이 감지되자 한층 당혹해했었다.
박최고위원측의 한 핵심측근은 『16일을 고비로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면서 『박최고위원이 민정계의 대표주자가 될 수 없다는 청와대측의 의사가 박최고위원에게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고 설명.
그러나 또다른 측근은 박최고위원이 17일 오후의 7인중진협에서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출마하는 쪽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혀 「명예롭게 후퇴」하는 방안을 연구중임을 시사.
이 측근은 다른 사람으로 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박최고위원은 그를 밀것이라고 말했으나 이종찬 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출마한다는 자세고 이한동 의원도 이종찬 의원에게 양보할 태세가 아니어서 반김민정계의 단일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
따라서 박최고위원은 반김민정계의 단일화 실패를 명분으로 반김대열에서 이탈하면서 자신도 불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정리해가고 있는 인상이다.
○…김대표의 태도변화 및 박최고위원의 거취에 관계없이 이종찬·이한동 의원은 출마채비를 서두르는 모습.
이종찬 의원은 금명간 프레스센터나 관훈동지구당사에서 출마기자회견을 가질 예정. 회견에는 윤길중 고문등 당내외원로 10여명과 시·도별 1∼2명씩 원내외 지구당위원장 10여명이 참석해 지지를 과시한다는 것.
이한동 의원은 17일 『사나이가 한번 천명한 일인데 바꿔서야 되겠느냐』며 출마의지 불변을 표명.
이의원은 『기자회견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으며 7인회의 지속여부에 관해선 『17일이 마지막회의라고 했는데 또 질질 끌수야 있겠느냐』고 말해 독자행동 일보작전을 시사.<박보균·문일현·김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