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비용 마련하려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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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실직한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 체류비를 마련하기 위해 강도살인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W의류점 주인 車모(29.여)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책상 서랍에서 수표 등 2백60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강도 살인)로 나이지리아인 저스틴 침디(31)에 대해 1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침디는 아프리카인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W의류점을 범행 전에 여러 차례 방문, 한국에서 옷을 구입해 외국에 파는 바이어로 신분을 속이고 車씨에 접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침디는 지난해 10월 1개월 상용비자를 받아 입국,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경기도 안산 일대의 공장을 전전하며 일해오다 지난달 불법 체류기간 연장신청 마감 기한을 2주 앞두고 실직했다.

그는 경찰에서 "불법 체류 단속이 시작되면서 고용주들이 일자리를 내주지 않아 월 25만원의 방세도 낼 수 없는 등 살아갈 길이 막막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車씨의 수첩에서 바이어로 표기된 휴대전화 번호를 추적, 경기도 안산에서 숨어지내던 침디를 10일 밤 체포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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