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씨 출마 “하나”“안하나”/숨가쁜 민정계 대표주자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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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후보단일화 진척안되자 “당혹”/「역할분담론」먹혀들지도 의문
민자당 민정계 반김 7인협이 15일 7차모임에서 단일화 시한을 이틀 연장하는 대신 선정된 단일후보의 차차기 불출마와 당직양보를 골자로 하는 역할분담론을 새롭게 제시,눈길을 끌고있다.
그러나 역할분담론에 대해 7인협 참석자 일부까지 『시한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데 따른 궁여지책』이라고 설명하고 있어 계속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며 무게가 실려있지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박태준 최고위원의 후보단일화를 상정한 박철언 의원의 제안으로 풀이돼 이종찬·이한동 의원은 한마디로 실현가능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차차기 불출마 조항은 연령상 박태준 최고위원에겐 별의미가 없으며 「당직을 받지 않겠다」는 대목 역시 박최고위원을 후보로 상정했을때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종찬 의원쪽은 『박철언 의원의 아이디어이나 어차피 단일화가 어려운 상황이라 아무런 생각없이 동의했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야말로 박최고위원쪽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이 안에 대한 기속력은 참여자들의 선의의 신의에만 의존할 수 있을 따름이다. 따라서 7인 중진협의 한 인사조차 『정치의 세계에서 5년 후를 보장하자는 발상에 가가대소할 뿐』이라고 토로할 정도다.
또 다른 중진인사는 『박최고위원이 노태우 대통령의 예상된 지원이 오히려 불출마 압력쪽으로 나타나자 민정계 단일후보의 명분을 얻어 출마를 강행하려는 고육지책』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영삼 대표측으로부터 집요한 출마 포기압력에 강력 반발하면서 조건부 출마선언을 한바 있는 박최고위원의 최종 거취는 민자당 경선구도의 최대변수라 아니할 수 없다.
과연 끝까지 경선에 나갈지,등록을 포기할지,또는 등록후 중도에 포기할지가 관심사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도중하차」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다소 많은 편이나 그의 주변움직임을 들여다 보면 출마의지가 꽤 강하다는 인상을 준다.
중도포기를 점치는 사람들은 ▲노대통령의 의중 ▲반김 단일후보 추대가능성 희박 ▲대중성 결여에 따른 본선(대통령선거)의 어려움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노대통령은 무엇보다 박최고위원이 대통령 선거전에 임해 정주영 국민당 대표의 등장으로 더욱 힘들어진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는 대목에 회의적이라는 소문이다.
뿐만아니라 김대표가 박최고위원이 출마하면 경선을 포기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하고 있어 노대통령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대표측의 논리중엔 다소 억지가 섞여있는 건 사실이지만 『노대통령의 대리인으로 민정계를 관리해온 박최고위원의 출마는 곧 대통령의 의사로 해석된다』며 대통령을 물고 들어가 부담은 더욱 크다.
승산의 보장도 없고 부담만 큰 카드를 노대통령이 선택할리 없다는 설명과 함께 노대통령 자신이 직접 또는 김종필 최고위원 등 제3자를 통해 출마포기를 권유하는 암시를 이미 여러차례 전달했다는 소문도 있다.
더욱이 반김파 7인협으로부터 만장일치 추대를 받지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종찬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가 추대하는 이른바 「실질적 단일후보」의 가능성도 어려워 보인다는 점도 출마강행 불가의 큰 이유로 꼽고있다.
반면 박최고위원의 출마를 점치는 측은 대권가도에 발을 너무 깊숙히 들여놓았기 때문에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고있다.
박최고위원측은 노대통령이 YS로 마음을 굳혔는지 모르나 지금까지의 정황으로는 그 의지가 강하지도 않고 이미 통제력도 상실했다고 보고있다.
따라서 반김의 단일후보로 합의만 이뤄진다면 노대통령으로서도 막을 도리가 없으며 중도관망파등 민정계 대다수가 따라올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박최고위원측은 대선 본선에서 야당의 분열 및 여권의 총동원으로 얼마든지 승산이 있으며 선거 6개월 전에 후보가 되고도 무난히 당선된 노대통령의 예를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반김 단일후보로의 추대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점이 박최고위원으로서는 최대의 딜레마다. 반김쪽 후보난립 상황의 출마고집이 모양새로나 명분상으로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물러서자니 포기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받게돼 그 또한 참을 수 없는 노릇이다.
친김진영은 박최고위원이 노대통령의 방침이 선 이상 등록후 사퇴등 어떤식으로든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박최고위원이 후보등록을 한다면 전당대회까지 갈수도 있으며 2차투표에서의 사전 담합에 의한 반김 결속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갖고 있다.
따라서 친김진영은 김대표의 후보등록을 계속 미루며 박최고에 대한 포기압력을 최대로 강화시켜 등록마감일인 27일 전후쯤 두사람의 담판으로 박최고의 모양새를 살려주는 선에서의 합의를 도출해 내겠다는 전략이다.<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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