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무조건 반대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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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덮어놓고 반대하는 게 아니다. 수입품이 한우로 둔갑하는 걸 눈감아 주는 제도부터 고쳐 놓고 개방하라는 것이다."

전국한우협회 남호경 회장은 19일 서울 서초동 축산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국내 쇠고기 시장의 빗장을 영원히 걸어둘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농축수산비대위 공동대표다. 그동안 'FTA 체결 무효'를 주장해온 대표적 FTA 반대론자였다. 그는 "농가에 폐업 보조금이나 축산 장려 보조금 몇 푼 줘봐야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며 "수입산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 주는 게 훨씬 절실한 정부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남 회장은 FTA 체결 전에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부터 전면 개편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음식점 원산지 표시는 90평 이상 대형 음식점에만 적용하고 있다. 이를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하라는 것이다. 그는 "전국에 40만~50만 개 음식점이 있으나 원산지 표시제를 적용하고 있는 곳은 고작 3000여 개밖에 안 된다"며 "수입산 쇠고기가 버젓이 한우로 둔갑하는 마당에 수입을 터주면 수입산이 쉽게 한우로 둔갑해 농가만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면서 자국산에 대해서는 사육부터 도축.가공.판매에 이르는 과정을 철저히 추적할 수 있도록 생산이력제를 도입했다"며 "이런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국내 축산 농가도 수입 쇠고기에 맞서 경쟁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한우의 경쟁력에 대해 남 회장은 "국산 쇠고기가 수제 명품이라면 미국산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기성품"이라며 한우의 경쟁력을 자신했다.

"미국의 기업형 축산 농가와 달리 국내 농가는 송아지 한 마리 한 마리를 애지중지하며 키우기 때문에 제품의 질에서 확실히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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