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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인물 이름 포함?… 18쪽 분량 '비공개 파일' 추측 난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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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NBC방송이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가 보내온 동영상의 일부를 공개한 데 대한 비난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부분의 방송사가 동영상 방송을 제한하거나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NBC는 19일 오전(이하 현지시간)부터 조승희가 보내온 동영상을 내보내는 시간을 전체 방송 시간의 10% 내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ABC는 영상은 발췌해서 사용하고 조씨의 목소리는 묵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CBS 대변인은 영상과 사진은 보도 시 필요할 때만 사용하겠다면서 그 사용기준을 엄격히 하겠다고 밝혔다. CNN과 폭스뉴스도 이날 오전부터 동영상 방영을 중단했다.

◆ "동영상 공개는 범인 의도대로 놀아난 것"=18일 오전 11시쯤 범인이 보낸 소포를 받은 NBC는 이날 오후부터 동영상을 방송을 통해 내보냈다. 경쟁사인 ABC.CBS방송과 24시간 뉴스전문 방송인 폭스 뉴스.CNN도 일제히 NBC의 자료를 받아 조승희의 사진과 육성을 반복 방영했다.

이에 희생자 유가족들과 버지니아공대 재학생, 시청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유가족들의 감정과 어린이.청소년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경솔한 행동"이라고 일제히 비난했다. NBC의 '투데이 쇼'에 출연키로 했던 희생자 유가족들이 불만을 표시하며 출연 약속을 취소하기도 했다.

상당수 시청자는 "NBC가 범인의 주장을 그대로 방영, 범인의 의도를 일반에 전달함으로써 결국 그를 승리자로 만들었다"며 "살인범이 무덤에서 메시지를 전한 격이 됐다"고 비판했다. 전직 연방수사국(FBI) 요원인 클린트 반 잔트는 "범인의 생생한 모습은 자칫 많은 '예비 범죄자'들에게 본보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지니아공대 재학생인 로브 윌리엄스(20)도 "NBC의 방영이 성급했으며, 슬픔에 잠긴 유족이나 친지의 감정을 고려해야 했다"면서 "추모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범인의 주장이 반복적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 여론에 대해 NBC의 스티브 케이퍼스 사장은 "편집진이 장시간 협의를 거친 뒤 사안의 민감성과 시청자의 알권리 등을 나름대로 고려해 최대한 여과해 보도했다"고 해명했다.

◆ 미공개 자료 궁금증은 남아=이런 가운데서도 일각에서는 NBC가 공개하지 않은 파일 속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는지 궁금증을 제기하고 있다. NBC가 파일 공개를 결정하면서 일부 자료를 제외하기로 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 NBC는 조승희가 보내온 우편물에서 23쪽짜리 PDF파일 중 다섯 페이지만 공개하면서 '편집자 알림'을 통해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여서 전체 파일의 공개를 보류한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공개 파일 속에 조승희가 증오했던 개인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됐거나,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저주와 욕설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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