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치적 쌓기 '너도나도 경전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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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 경전철은 의정부 신흥 주거지인 민락 2, 3 택지지구 등 신개발지를 지나가지 않는다. 더구나 경전철이 건설되면 내년 이후 착공 예정인 지하철 8호선 남양주 별내역~의정부 연장 노선과 중복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 광명에서도 시민단체들이 경전철 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광명은 관악~철산의 10.4㎞ 구간에 4500억원을 들여 경전철을 놓기로 하고 우선협상자를 선정했다. 하지만 최근 경전철 예상 이용객을 재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5만3000명에 그쳐 애초의 예상(9만8000명)보다 크게 줄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용객이 별로 없는 경전철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 주요 시들이 기초단체장들의 선거공약 때문에 타당성이나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앞다퉈 경전철 건설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9개 지자체에서 11개 노선 141.3㎞의 경전철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총 사업비만 6조2000억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예산 낭비 우려가 커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너도나도 경전철 추진=현재 의정부.광명 등은 경전철 건설 계획을 확정해 추진 중이고, 수원.김포.성남.부천.고양.시흥 등 6개 시(11개 노선)는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다. 경전철 공사에 들어간 곳은 용인 한 곳으로 2009년 6월 완공을 목표로 4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표 참조>

이들 지자체는 포화상태에 이른 도로 용량을 해결하고 각 역을 중심으로 신흥 상권을 개발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경전철 건설을 추진 중이다. 특히 경전철 건설비(㎞당 400억~600억원)는 지하철 건설비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는 점도 경전철을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시장들이 뭔가 업적을 보이기 위해 앞다퉈 경전철 건설을 공약으로 걸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업 실효성 떨어지고, 건설비도 없어"=대부분의 지자체는 건설비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업 실효성이 떨어지다 보니 예산 마련이 어려운 것이다.

성남시는 2개 노선에 경전철 건설을 추진키로 했으나 분당 신도시 미금역~판교 신도시 구간은 기획예산처의 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

고양시도 2010년께 공사에 들어가기로 했으나 기존 지하철 일산선 노선과 중복될 것으로 보여 사업성이 의문시된다. 수원시 경전철은 2개 노선에 각각 7000억원과 9000억원씩 들어가는 엄청난 사업비를 조달하지 못해 진척이 안 되고 있다.

1년 예산이 수천억원대에 불과한 지방 도시가 이런 대규모 사업비를 감당하기가 버거운 것이다.

우송대 철도건설환경공학과 송달호 교수는 "지상에 건설되는 경전철은 도시 미관과 주거환경을 해치는 데다 과다한 사업비를 감당하지 못해 시의 재정난을 심화할 수 있어 경전철 건설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계획 중인 11개 노선 사업비가 6조원을 넘어 민자 유치도 여의치 않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전철 사업을 재검토하라고 해당 시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정영진 기자

◆ 경전철=통상 객차가 10량 정도인 전철에 비해 객차 수가 3~5량으로 짧고 열차 크기도 작아 경전철(輕電鐵)이라 불린다. 주로 15~20㎞의 도시 구간을 운행한다. 수송 능력이 우수하고 건설비가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최고 운행속도는 기존 지하철(80~90㎞/h)보다 다소 떨어지는 60~80㎞/h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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