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리 든 조승희 '올드 보이' 흉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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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범인 조승희가 NBC에 보낸 ‘장도리 사진’(上)과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 최민식이 장도리를 휘두르는 장면.

일부 미국 언론이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범인 조승희와 우리 영화 '올드보이'의 연관성을 제기해 논란을 빚고 있다. 미국 abc방송과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 등은 19일(한국시간) 조승희가 NBC에 보낸 사진 중 장도리를 들고 있는 장면이 '올드보이'의 주인공 최민식이 장도리를 들고 있는 장면과 유사하다며 함께 편집해 헤드라인 뉴스로 게재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기자 블로그를 통해 "장도리 포즈가 '올드보이'에서 영감을 받은 것일 수 있다"며 "사망자 수와 새디스틱한 폭력으로 컬트 필름 애호가들의 흥미를 끈 영화"라고 폭력성을 부각했다.

이 보도가 알려지자 국내 영화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드보이'의 내용이 실제 범행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데, 단지 특정한 이미지만으로 연관성을 추측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조씨가 '올드보이'를 봤거나 좋아한다는 언급도 없는 가운데 성급한 과일반화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올드보이'의 제작사인 쇼이스트의 이근표 마케팅팀장은 "'올드보이'의 장도리신이 미국 개봉 때 화제가 되는 등 워낙 강렬하게 각인돼 벌어진 일 같다"며 "범죄와 폭력적 영화의 관계가 매번 도마에 오르기는 하지만 단순히 포즈의 유사성만으로 범행에의 영향력을 따지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한편 NBC방송 등은 조씨가 카메라 렌즈를 향해 두 정의 권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택시 드라이버'(마틴 스코세이지)의 로버트 드니로를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양성희.김윤미 기자

◆ '올드보이'=감독 박찬욱, 최민식.유지태.강혜정 주연의 영화. 2004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박 감독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겼다.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등 박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2부에 해당한다.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영문도 모른 채 15년간 사설 감옥에 감금 납치됐던 남자가 펼치는 복수극이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강렬한 영상미학 등으로 호평받았다. 2003년 국내 개봉 시 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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