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 참사 추모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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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신들 그 슬픔 앞에 무릎 꿇는다

한없이 한없이 슬프다.

우리가 당신들을 죽였다.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것 이외에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생명을 죽였고 평화를 깨뜨렸다.

한없이 한없이 슬프다.

단 한마디

본디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사랑했던 우리 민족이

천 번에 걸친 외국의 침략으로 인해

그 마음이 무디어졌다는 한마디 이 외에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슬픈 마음 위에 손을 얹고

당신들의 그 슬픔 앞에 무릎을 꿇는다

부디 용서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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