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찰 '빈소 충돌'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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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주말 폭력 조직 두목의 아들 결혼식으로 홍역을 치렀던 부산 경찰이 이번에는 폭력조직의 간부급 조직원의 장례식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인 폭력조직인 칠성파의 간부급 조직원 K씨(42)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A병원에서 위 내시경 검사를 위해 약물을 투입하기 직전에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고 쓰러진 뒤 숨졌다.

경찰은 사망진단서에 사인이 심근경색으로 돼 있어 시신을 유족에게 인도했다. 하지만 K씨의 사망소식을 들은 칠성파 조직원 10명이 급히 A병원으로 상경해 병원 측에 따졌다.

이들은 "지병이 없었는데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합의가 안 되면 실력행사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놔 A병원은 한때 휴진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어 19일 오후 K씨의 장례를 위해 시신을 구급차에 실어 부산으로 내려갔지만 장례식장을 구하지 못할 뻔했다. 부산에 있는 일부 대형 병원과 장례식장이 "빈소가 없다"며 둘러댄 것이다.

결국 이날 저녁에 동아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하자 부산 경찰이 비상에 돌입했다.

부산 경찰은 14일 칠성파 두목 이모(65)씨의 아들이 결혼할 때도 반대파 등과의 충돌을 우려, 결혼식장 주변에서 삼엄한 경비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례식장에 상당수 조폭이 모여들 것으로 보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강진권 기자,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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