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품으로 승화 시킨 영화·애니 캐릭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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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사진=강정현 기자]

"어니님은 피겨를 단순 완구가 아닌, 장인 정신이 깃든 예술품으로 승화시켰습니다."(ID eghg)

액션 피겨(Action Figure) 아티스트 김형언(43)씨의 블로그(blog.dreamwiz.com/gud2js)에 남겨져 있는 글들이다. 온라인에서 '어니'라는 예명을 쓰는 그에게 동호인들은 거의 '교주'에 가까운 찬사를 보낸다.

'액션 피겨'란 영화나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축소해 만든 인형. CF 조감독, 듀엣 그룹의 멤버 등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그가 이 세계에 입문한 것은 2001년. 조악하게 만들어진 일제 이소룡 피겨를 우연히 접하고 나서였다. 재료와 만드는 법 등은 인터넷으로 독학했다. 원래 금속공예를 전공했던 터라 그리 어렵진 않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첫 작품은 인터넷에서 삽시간에 화제가 됐다.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만화박람회 코미콘(Comicon)과 롱비치 무술박람회 등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엔 홍콩의 피겨 전문회사 엔터베이와 계약을 맺고 '용쟁호투'판 이소룡을 3500개나 만들어 팔기도 했다. 이달 말엔 '맹룡과강'판도 나올 예정이다.

그의 인형은 감정이 담긴 세밀한 묘사로 유명하다. 비결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담아 만든다"는 것. 그래서 그는 청탁을 받아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 음악가가 남의 의뢰를 받아 곡을 만들 수 없듯, 피겨도 아무 감흥 없이 만들 수 없다는 이유다.

그가 만든 그의 분신 30여 점은 다음달 6일까지 서울 팔판동 벨벳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첫 개인전이다. 1층에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이 톰 행크스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지하에선 '용쟁호투''맹룡과강''정무문''사망유희' 등에 나온 각각의 이소룡 모습이 전시됐다.

하지만 그의 꿈은 "영원한 뮤지션"이다. 그는 "돈벌이를 위해 시작한 게 아닌 만큼 어디까지나 취미일 뿐 직업은 가수"라고 말했다. 그래서 전시회 마지막 날에는 갤러리 지하에서 자축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글=김필규.사진=강정현 기자 <phil9@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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