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일서 첫 연봉제 도입 파문/근속연수 불문 실적따라 급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과장급 이상 대상… “일에 안맞는다” 비판도
일본의 혼다(본전) 기연공업이 최근 일본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본격적인 연봉제를 도입,연공서열제 사회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연공서열제는 일본에 오늘날과 같은 발전을 가져다준 인간미있는 제도로 인식돼 서구에서 배우려는 판인데 혼다가 거꾸로 서구식 연봉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혼다는 철저한 실적주의로 조직을 활성화하는 한편 악화된 경영상태를 개선해보자는 의도에서 이 제도를 채택했으며 과장급이상 4천5백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혼다의 연봉제는 근속연수나 연령을 불문하고 과거실적과 다음해의 목표를 근거로 급여와 상여금 등을 매년 계약형식으로 결정하는 제도다.
과장의 연봉결정과정을 예로 들어보자. 우선 부장은 과장의 지난 1년간 업적에 대한 달성률을 평가한다. 그 다음 부장은 과장과 협의,다음해에 과장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부장이 과중한 목표를 설정하면 과장은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부장이 과장의 목표를 너무 낮춰줄 경우 자신의 목표도 낮아지게 돼 연봉이 깎이게 된다. 따라서 봐주려해도 봐줄 수가 없게 된다.
혼다는 특히 전체사원의 급여규모를 일정하게 정해놓아 한 사람의 급여가 늘면 다른 사람은 필연적으로 줄게 만들었다. 이른바 제로섬게임이다. 혼다는 중역의 경우 감봉제도도 도입하는등 엄격한 능력주의를 도입했다.
혼다가 연봉제도입을 단행한 요인중의 하나는 혼다의 국제화다. 해외법인을 포함,세계기업 혼다라는 측면에서 볼때 일본인 종업원수는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매상면에서 보면 해외법인분이 40%를 차지한다.
연봉제는 소니와 외국계기업도 도입하고 있으나 미국의 다국적기업에서 보는 것과 같은 본격적인 연봉제는 혼다가 일본에서 처음이다.
한편 혼다의 연봉제 도입에 대해 관리직들이 상당히 불안해 하고 있다고 혼다측은 밝혔다. 또 직장에서 부하에 대해 지금까지와 달리 야박하게 굴어야 하는 현실을 한탄하는 소리도 관리직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인간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른 자동차 메이커에서는 혼다의 연봉제 도입에 『일본기업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성과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혼다의 실험결과가 주목된다.<동경=이석구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