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책”“청와대 뜻” 해석 구구/주목되는 JP움직임 배경은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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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관망파들도 대거 선회” 자신 친김계/불만속 “그래도 단일화이룩” 반김계
민자당의 복잡한 대권경쟁양상에 김종필 최고위원이 조정자역을 자임하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어 그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24총선 패배후 14일간 청구동자택에서 칩거하다가 지난 8일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표를 잇따라 만났던 김최고위원이 10일 후보조정 개입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그의 의중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대통령과 김영삼·김종필씨간의 연쇄 3각회동에서 확인된 부동의 원칙은 후보선출의 완전 자유경선이며 노대통령은 엄정한 관리자로 남겠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김최고위원이 10일 『이사람 저사람 아무나 나오는 것은 모양이 좋지않다』고 말하고 후보조정론을 편 것은 사실상 경선후보의 사전조정을 하겠다는 것.
그는 10일 대선에서 안정적인 정권재창출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차선론을 주장해 그의 심중을 피력했다.
문제는 그의 후보조정의 방향인데 민자당 내부에서는 대체로 JP가 YS지원으로 돌아섰다는 것이 지배적 관측.
반김영삼진영의 한 출마희망자는 김최고위원이 노대통령과 김대표와의 연쇄접촉 및 그이후 그의 말을 종합분석한후 『김최고위원이 돌아선 느낌』이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친김의 민정계 선봉장인 김윤환 전 사무총장은 11일 『며칠전까지 혼미했던 상황이 이제 완전히 걷혔다』면서 『김최고위원이 가닥을 잡았다』고 주장하면서 이같은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친김계인사들은 김최고위원이 민정계 단일후보작업이 박최고위원쪽으로 매듭되지 않도록 박최고위원의 경선참여포기를 설득할 것으로 관측하는등 대세론이 득세하고 있다.
○…JP가 YS지원으로 선회한 배경에 대해서는 해석이 구구하다. 반김 민정계 한 고위인사는 그가 청와대면담에서 노대통령의 의중을 읽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들은 그가 대통령면담이후 바로 김대표를 만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JP의 명맥유지방책이라고 해석한다.
김최고위원은 이번 총선에서 중부권역할론을 제시했지만 아성인 충청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보았다.
따라서 노련한 김최고위원이 생존책을 강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YS측이나 반김계에서는 YS가 『상당히 큰 배팅을 했을 것』이라고 해 모종의 흥정이 이뤄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김최고위원이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었든,또는 YS와 담판을 했든간에 단번에 자신의 입장을 선회할 수야 없으므로 일단 박최고위원측에도 여유를 두고 이종찬 의원등 민정계 세대교체론자에게도 한자락 깔아두는 것으로 보고있다.
민정계 중진들은 김최고위원이 9일 박태준 최고위원등 민정계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말 안해도 아는 이심전심의 사이』라고 한 것등을 들면서 그의 선택은 민정계후보 단일화쪽에 실려있는 것처럼 해석하고 있다.
○…김최고위원의 결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화계 내부의견은 친김·반김 및 중도성향으로 나눠져있다.
친김성향은 대체로 구자춘 의원등 영남출신이나 이종근·김용채 의원 등 중진에서 두드러진다.
중진 K의원은 『후보문제를 파벌대결로 보는 것은 단순세포적 발상이며 막판에 노대통령이 역할을 하고 JP등 지도부가 화합적인 결론을 내린다고 봐야한다』며 민주계측 요구에 동조.
그는 『총선후 고개를 쳐든 새로운 분위기(세대교체를 가리키는듯)도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고 완숙하고 경륜을 갖춘 JP가(이점을 고려해) 무책임한 결론을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김용환 의원이나 김동근 비서실장(전국구당선자)등 서울·경기·충청권에서는 「세대교체론」이 지지를 얻고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의 Y의원은 『내가 운영하는 연구소에서 여론조사를 해보면 양김의 한풀이 정치는 사라져야하고 지역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나서야한다는 여론이 높다』며 『JP는 사심과 욕심이 없으니 현명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의 L의원도 『14대총선의 의미는 새로운 인물,새로운 정치를 향한 욕구』라고 전제하면서 『JP가 말하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란 얘기도 일단 이런 민심을 최대한 수용해 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김쪽은 『그동안 공화계내부에서 일부 반발이 있었지만 JP가 의견조정을 해낼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의 후보조정이 성공을 거두겠느냐는 것.
그는 곧 박태준 최고위원과 회동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모임이 후보조정의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계나 친김파들은 JP가 앞장서서 박태준 최고의 설득에 나서면 박최고가 설득당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또 박최고가 버티더라도 JP의 향배가 드러나면 그것으로 지금까지 눈치보던 관망파들이 우르르 친YS쪽으로 기울어 대세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김계측에서는 그러나 박최고가 물러서더라도 후보단일화 조정에 참여,가령 세대교체를 지원하고 나선다든가 하면 양상이 또 달라질 수 있으며 김복동씨가 이 혼미의 와중에 출전하게 되면 또 판도가 변할 것이라고 사태의 흐름을 돌리려 애쓰고 있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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