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한국 소비수준 일 「만불시대」와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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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선진형 소비… 절약미덕 “실종”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득은 아직도 중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나 소비는 선진국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절약의 미덕이 사라지고 허세가 소비를 더욱 부추기고 있음이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90년 우리나라의 소비수준은 국민소득 5천5백달러 상태에서 이웃 일본의 1만달러 시대와 비슷하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의 전체 소비지출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엥겔계수)은 1인당 국민소득이 5천5백69달러인 한국의 90년 수치가 32.4%인데 이웃 일본이 국민소득 1만9백87달러였던 85년의 32.9%와 비슷했다(표참조).
또 문화생활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교육·교양·오락비가 전체 소비지출중 차지하는 비중이 90년 14.2%를 나타냈는데 이 역시 85년 일본의 15.1%에 근접해가고 있다.
엥겔의 법칙은 소득의 증가에 따라 식료품에 대한 지출이 줄어드나 문화비의 지출은 늘어남을 일컫는다. 특히 소비지출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계수는 ▲20%이하면 상류층 ▲20∼40%는 중류층 ▲40%이상은 하류층으로 인식된다.
특히 한국은 식료품 소비지출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2천1백94달러였던 85년기준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에선 37.9%였던게 90년에는 32.4%로 5.5%포인트나 급격하게 줄었다. 한편 교육·교양·오락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기간 한국이 2.8%포인트 오른데 비해 일본은 0.7%포인트 올라 한국이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소비행태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소득향상에 따라 생활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나 소비행태가 절제있는 생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통계청관계자는 『우리의 소비구조가 일본에 비해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진단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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