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아진 「현대제재」/잇단 정부조치의 배경과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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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무·금융·공해 등 동시다발 집중포화/현대,거센반발… 재계도 여파우려 주시
현대에 대한 정부의 각종 규제 강도가 매우 높아졌다. 현대계열사가 불법적으로 탈세를 해왔으며 또는 규정을 어겨가며 공해를 배출하고,또 다른 계열사에서는 부당한 자금거래를 해왔다는등 여러가지 사항을 일일이 들어가며 각 부문에 대한 제재조치를 잇따라 발표했다.
관련조치를 취하고 있는 국세청이나 은행감독원과 현대의 신경전은 실질적으로 정부와 국민당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어 경제계에도 심대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같은 긴장의 연속이 앞으로 어떤 사태를 몰고올 것인지 그 추이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국세청은 현대상선의 대표이사 부회장이며 정주영 국민당 대표의 5남인 정몽헌씨를 조세범처벌법과 특가법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검찰은 현대종합목재의 공장장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정부당국은 지난해 정주영씨 일가의 주식변칙이동사건을 발표하고 징세사상 최대인 1천3백억원의 세금을 추징하면서도 형사고발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현대의 핵심인물들에 대해 고발까지 한 것은 형사처벌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측은 정부의 연이은 대현대조치에 따라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경위파악에 분주하다.
현대계열사에 대한 금융제재로 현대그룹은 자금압박을 받게될 것임이 분명하다.
은행감독원과 외환은행이 10일까지 현대전자의 주력업체 지정취소를 결정키로 하는 한편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 5개 계열사의 부동산 무승인 취득을 문제삼아 6일 각종 금융제재를 단행한 탓이다.
두가지 조치는 그러나 현대측이 그 원인부분에 원천적으로 불복하고 있어 다소의 무리가 따르는데다 우리나라 수출의 주력이라고 할수 있는 자동차·반도체·조선 등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규제에 불복·재심청구를 낼 방침이나 이 조치가 그대로 확정되면 올해 7천억원으로 계획하고 있는 시설 및 기술개발투자가 거의 어려워지는 심각한 상황이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규제를 받더라도 토지취득이 없는 공장 및 연구소 증설·근로자 복지시설은 투자가 가능하나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들어 이런저런 연유로 자금조달을 거의 못해 지금까지도 신규 투자가 중단되어 있는 상황에서 규제가 추가돼 1년내내 신규투자 불능이 예견된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지난 2일 증권감독원 기채조정위원회가 「여신관리 시행세칙을 위반해 중징계를 받은 대기업 계열사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회사채 발행규모를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해 이들 회사는 주요 자금조달원인 회사채 발행에 대해서도 규제를 받게될 전망이다.
현대그룹 3개사의 장외시장등록을 보류시킨 증권업협회 주식장외시장 운영협의회의 일정은 6일 오후 늦게 결정돼 증권사 인수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위원들에게 급히 연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강성진 회장은 일본에서 열린 국제증권업자협의회 참석차 지난달 29일 출국했다가 4일 오후 귀국,6일 출근했는데 이날 오후 회의일정을 결정했다는 것.
증권업협회는 이날 급히 회의를 연것에 대해 『일부러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그렇지 않아도 대출금 유용·세무조사 등으로 정부당국과 현대그룹간에 미묘한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현대그룹 계열사의 장외시장등록이란 문제를 계속 안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외환은행은 8일까지 현대전자로부터 추가소명자료를 받기로 했으나 현대측이 정주영씨 및 현대중공업으로 간돈이 대출금이 아니라는 반증을 하지 못하는 한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주력업체 취소는 예정된 일임을 다시 한번 강조. 그러나 외환은행은 은행감독원이 적발한 대출금유용건에 대해 주력업체 취소등 최종 제재조치는 주거래은행이 취해야 하는 점에 관해서는 적이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현대측은 문제의 대출금 내용은 따져 보지도 않고 제재를 가하겠다는 당국의 처사는 결코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8일 재확인했다.
한편 이번 문제를 지켜보는 금융계 관계자들은 『양측이 해도 너무한다』며 『가뜩이나 경제가 안좋은 때에 정부와 민간기업이 이같은 소모전을 계속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양측 모두의 자제를 촉구.<경제부>
□은행감독원과 현대간의 쟁점사항
●쟁점 ①대출의 원인행위
△은행감독원:수표추격 결과 당좌대출금 유용으로 확인된 이상
대출이 왜 일어났는지는 따질 필요도 없다.
△현대:주식판 돈이 회사계좌에 들어오고 나중에 그만큼의
당좌대월금이 돈주인 (정주영씨 및 현대중공업)에게
전달된 것.
●쟁점 ②형식논리 여부
△은행감독원:형식논리라는 것도 인정하나 대출금의 실제내용을
다 따져보며 대출금을 관리하기는 어렵다.
△현대:형식논리를 인정한다면 대출금의 내용은 그다지 문제
되지 않는다.
●쟁점 ③별도계좌 문제
△은행감독원:주식판 돈이었다면 회사계좌와는 별도의 계좌를
만들어 관리했어야 한다.
△현대:주식대금을 내는 종업원의 편의를 위해 별도계좌를
안만들었다.
●쟁점 ④발표시점 및 해명기회
△은행감독원:명백한 대출금 유용이므로 현대측의 해명을
사전에 꼭 들어야할 필요없다.
△현대:해명하라고한 전날 발표한 이유를 모르겠다.
●쟁점 ⑤돈세탁 부문
△은행감독원:떳떳한 돈이었다면 왜 여러은행을 거쳐 전달했나,
또 중앙투금 가명계좌에 입금한 것도 석연찮다.
△현대:강원은행측이 예금유치를 위해 요청했으며 이들 들어준것
뿐이다. 가명계좌는 돈주인인 정씨측이 운용한 것으로
금융실명제가 안된한 거론할 문제가 못된다.
●쟁점 ⑥향후제재
△은행감독원:대출금 유용이므로 현재전자의 주력업체취소는
불가피하다.
△현대:형식상의 당좌대월금 문제로 이같은 제재를 내리면
행정소송 내겠다.
●쟁점 ⑦5개 계열사 무승인 부동산취득
△은행감독원:여신관리규정을 어겼으므로 규정에 따라 제재당연.
△현대:부동산 취득승인신청을 보류시키다 최근 사후승인까지
해주고 제재하는 것은 승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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