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시장 "백병전 치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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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쿠웨이트시티에서 '코리아 인천'이 2014아시안게임의 개최지로 발표되는 순간, 인천유치단의 핵심인사들은 뜨거운 환호 속에서도 "마치 백병전을 치르고 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쌍두마차'로 불렸던 안상수 인천시장, 신용석 유치위원장 등 전선의 전면에서 뛰었던 이들은 "유치에 실패하면 우리가 인천의 역적이 된다"면서 서로를 격려해 왔다.

동양그룹 종합조정실 사장을 지내는 등 전문경영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안 시장은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가장 큰 업적으로 내세우며 '인천의 국제화'를 강조해 왔다.

안 시장은 "송도에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을 방문했을 때 도시 브랜드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했다"며 아시안게임 유치의 당위성을 주장하곤 했다. 아시안게임을 유치해 올 경우 송도국제도시 등 경제자유구역 개발과 상승작용을 해 인천의 국제화를 크게 앞당길 수 있다는 전략이다.

2005년 6월 유치 신청서를 낸 직후부터 안 시장은 인천공항을 수십 차례 드나들며 생소한 국제 스포츠 외교가에 낯을 익혔다. 아시아 권역에서 열리는 국제 스포츠 행사는 빠지지 않았고 투표권을 가진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들을 만나기 위해 회원국들을 권역별로 나눠 차례로 순방했다.

안 시장은 "2년간 드나들다 보니 이제는 명함을 내밀지 않고도 아시아 스포츠 지도자들과 인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안 시장의 인천중.서울대 5년 선배인 신용석 유치위원장은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포츠 외교 경력이 화려해 처음부터 적임자로 꼽혔다. 신 위원장은 언론사 파리특파원 시절, 서울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킨 '바덴바덴 신화'의 숨은 주인공으로 활약했으며 이를 토대로 한.일 월드컵 유치전에도 공헌을 했다.

신 위원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국제감각을 무기로 아시아 스포츠 외교 무대에 빠르게 지면을 넓혀 나갔다. 특히 그의 장기인 '와인 외교'는 회원국 순방길의 맨투맨 접근에서 위력을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프로축구 인천시민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안종복 사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인맥을 활용해 유치활동을 측면 지원했다. 지난달 말 안 시장이 막판 표몰이를 위해 태국을 방문했을 때는 태국 NOC 사무총장인 차륵 장군을 소개해 줘 인천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안 사장의 지원요청을 받은 태국 NOC 측은 베트남.라오스에 대해서도 인천 지지 활동을 벌여 줘 큰 힘이 됐다는 것이다.

김정치 인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역 기업들의 해외 네트워크를 유치활동에 적극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김 회장은 국제상공인회의 등의 무대에서 각국 NOC에서 활동하는 재계 인사들을 인천 지지로 돌려세우는 활동을 펴기도 했다.

유치위 부위원장이기도 한 홍승용 인하대 총장은 개최지 결정이 눈앞에 닥친 지난 12일 아랍에미리트로 날아갔다. 홍 총장은 항공사 회장이기도 한 아랍에미리트의 NOC 위원장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점을 활용해 인천이 열세였던 중동지역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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