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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체조 "비기"로 세계를 넘본다|올림픽3위 꿈 부푼 선수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바르셀로나 여름올림픽을 불과 3개월 여 남겨놓고 있는 요즘 한국엘리트스포츠의 요람 태릉선수촌은 메달을 향한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15개 종목 3백30명이 입촌해 있는 태릉선수촌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장소는 단연 체조장.
「남자단체3위」. 체조장 정면에 높이 걸려있는 구호가 말해주듯 여름올림픽 체조사상 단체전에서 첫 메달을 노리고 있는 이번 대표팀은 과거의 우울하고 침체됐던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고 선수·지도자가 혼연일체가 되어 훈련에 여념이 없다.
한국체조는 86아시안게임 때까지만 해도 세계무대는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조차 중국·일본 세에 눌려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 게 사실.
그러던 것이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괄목할 기량향상을 보이며 세계정상 권으로 쾌속 진입, 오는 7월 바르셀로나 여름올림픽에서는 금메달 1개 이상을 포함해 최소한 4개이상의 메달을 목표로 설정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 동안 한국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뜀틀에서 박종훈이 동메달을 따낸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홈에서의 이점을 안고 따낸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 대단한 것이 못된다는 평가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걸출한 기량의 유망주들이 대거 발굴되면서 아연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협회 및 코칭스태프의 주도면밀한 훈련 프로그램과 해외전지 훈련 등을 통해 단시일 내에 세계 톱클래스로 올라섰다.
지난해 9월 유옥렬(경희대2)이 세계선수권대회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것을 비롯해, 남자 단체전에서 6위에 올라 올림픽단체전 출전티켓을 따낸 것 등은 좋은 본보기다.
상대적으로 약한 여자에 비해 남자는 대학2년 생들이 주도하고 있다. 현 남자대표팀 주전5명과 후보1명은 모두 대학 2학년생들이다.
유옥렬을 필두로 정진수(경희대) 이주형 한광호(이상 한양대) 한윤수 강병희(이상 한체대)등이 모두 대학2년의 20세 동갑내기들이다.
이들은 서울올림픽이후부터 서서히 중앙무대(당시 고교생)에 진출, 동년배끼리의 경쟁의식과 이 같은 심리를 적절치 활용한 지도자들의 전격적 대표발탁에 힘입어 엄청난 기량향상을 이룬 것이다.
지난해 유옥렬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자 이들 사이에「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하게 됐다.
또 한국제조가 세계정상 권으로 도약한 이면에는 조성동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끊임없는 비기 개발도 한몫 했다.
유옥렬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는데 큰 역할을 한 쿠에르보풀턴(5백40도회전후 1백80도 틀어 내리기) 동작은 국내 코치 진이 우리선수 개개인의 체형에 맞춰 변형시킨 세계 유일의 최고급 D난도 동작이다.
또한 마루에서의「2회 앞 공중 돌며 3백60도 틀기」,평행봉의「앞 공중 돌아 잡기(대개는 철봉에서 하는 동작이나 이를 개량해 평행봉에 도입)」등 최고급 D난도를 개발, 우리선수들에게 숙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조 감독 등은 외국 일류선수들의 고급난도 비디오테이프를 입수, 정밀 분석한 후 이를 우리선수들의 신장·체력 등 개인여건에 낮춰 변형 또는 신기술로 전환시켜오고 있다.
특히 정진수가 평행봉 최고급난도에 성공할 경우 금메달과 함께 진수테크닉이란 고유명사가 붙을 것이 확실시된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이번 바르셀로나 무대에서 겨냥하는 메달은 유옥렬에게 뜀틀에서 금, 마루·링에서 최소한 동메달이상이며 성진수는 마루와 평행봉에서 메달권, 한윤수의 철봉 등에 상위권 입상을 기내하고 있나 특히 남자단체전은 선수들의 기량이 엇비슷해 큰 실수만 없다면 동메달도 가능하나는 얘기다.<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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