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부상열차 주도권 잡아라/현대­대우 뜨거운 각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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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6년부터 개발… 8인승 선봬 현대/7월 40인승 완성 시승추진 대우/그룹총수 자존심경쟁 맞물려 관심
정주영씨의 정치활동을 둘러싸고 미묘한 갈등을 겪고있는 현대와 대우그룹이 차세대 교통수단인 자기부상열차 개발을 놓고 자존심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는 내년 8월 대전 세계박람회(EXPO)장에서 40인승을 실제 운행한다는 목표로 현재 한창 세부설계 작업을 벌이고 있고 후발주자인 대우는 이보다 앞서 오는 7월말 40인승 완성차를 선보인다는 목표로 개발비를 아끼지 않는 기술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선두다툼은 두 그룹총수의 자존심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이 열차를 개발하고 있는 현대정공은 정주영씨의 장남격인 정몽구씨의 주력기업이고 대우중공업(대표 이경훈)은 최근 대우그룹의 간판기업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부상열차 개발은 정부의 국책사업이며 열차에 부착한 자석의 특성을 이용해 궤도에서 6㎜ 정도를 떠서 고속으로 달리는 방식이다. 두 회사는 특히 열차의 자석과 궤도 사이의 흡인력을 활용,열차를 뜨게 만드는 상전도 흡인식의 같은 방식을 택하고 있어 기술경쟁이 더 뜨겁다.
자기부상열차는 소음·진동·매연이 없는 무공해이고 고가궤도 방식이어서 토지수용비 부담이 적은데다 최고 시속 5백㎞까지의 초고속을 낼 수 있어 국제적으로도 개발경쟁이 치열하다.
정부는 영종도 신공항과 서울 사이에 자기부상 열차를 도입하는 것이 어느정도 타당하다는 판단을 하고있어 두업체는 앞으로 이 사업 수주전을 벌일 전망이며 수출도 겨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90년 12월 한국전기연구소가 소형시제품 개발에 성공,세계 네번째 개발국가로 되어있으며 기계연구소·전기연구소 등도 국책사업단을 구성해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현대정공은 86년부터 개발에 착수,11억여원의 연구비를 들인 끝에 용인 기술연구소팀이 지난해 1월 최고 시속 50㎞인 8인승 자기부상 열차를 개발해 시승회를 가졌다. 현대는 이를 통해 대전엑스포의 전시권을 따내 일단 기선을 잡았다.
이 회사 현승기 전무는 『해외에서도 상세한 기술문헌이 없어 5년간 숱한 시험과 소형모델 연구를 통해 자체기술로 개발했다는데 자부심을 갖고있으며 전자제어장치의 개발과 부품 대부분의 국산화를 자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대는 이를 토대로 실용화할 수 있는 40인승 자기부상열차의 세부설계를 현재 거의 마쳤으며 연말까지 제작을 끝낸뒤 1백억원을 투입,내년 8월까지 대전엑스포 현장에서 실제운행(6백m) 할 수 있게 설치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현대는 이에 이어 97년까지 도시교통용 중속열차(시속 1백㎞)를 개발,실용화 하고 2000년대에는 초고속 자기열차를 만들어 낸다는 의욕을 갖고있다.
◇대우=대우중공업은 90년부터 안양의 철도차량 연구소에서 개발을 시작,한양대 임달호 교수 및 해사기술연구소와의 산·학·연 합동개발로 지난해 11월 비교적 빠르게 실제크기의 13인승을 개발해 실험운행에 성공했다. 대우 역시 순수 국내 기술개발임을 자부하고 있으며 13인승 3량을 연결한 40인승 자기열차를 7월말까지 제작해 공개적인 시승회를 가질 계획이다.
대우는 7월까지 이 사업에 20억원을 투자하게 되며 이에 이어 95년까지 중저속(시속 1백㎞)의 실용차량 개발에 42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방침이다.
이 회사 박원재 전무는 『우선은 1백∼2백명을 싣고 도시간을 연결하는 열차로 개발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국가차원의 공동사업을 해야 상업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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