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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 대 재야」로 비화조짐/변협 「법관 비리설문」파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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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법관 인사 앞둔 지분다툼” 반격/감정대립 지양 자성계기 삼아야
대한변협 고충처리위원회(위원장 이재운)가 소속변호사 2백88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재판운영 개선의견」을 통해 법관들이 재판의 공정성 및 품위유지를 잃고있는 등 각종 부조리를 저지르고 있다고 밝혀 법조계에 파문이 일고있다.
변협은 이 의견서에서 사건이 부당하게 처리되는 케이스,젊은 변호사에 대한 법관들의 고자세,갓 개업한 변호사에 대한 특혜처리 등을 일부는 법관 이름까지 밝히며 열거해 충격을 주었다.
대법원은 1일 진상조사를 통해 법관의 부조리가 드러날 경우 관련법관을 징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변협측에 관련자료를 넘겨줄 것을 공식요청 했다.
그러나 이같은 공식움직임과 달리 일선법관들은 변협측의 설문조사 결과 발표가 6일 퇴임하는 이재성 대법관의 후임인선을 둘러싼 재야 법조계의 「선제공격」이라며 대응책을 강구하는 등 감정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또한 법원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재조경험이 없는 소장변호사들의 「한풀이성」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어 재조·재야 법조계간의 파문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대법원 고위관계자를 포함,일선법관들은 『자정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공식입장과 달리 『대법관 인사에서 재야지분을 확보하려는 치졸한 발상』이라고 설문조사 결과를 반박하고 있다.
재야에서는 90년 12월 이일규 대법원장의 퇴임으로 생긴 대법관 공석에 당시 법원 행정처차장 김석수 대법관이 기용된데 이어 91년 8월 배석 대법관 별세로 박만호 당시 법원 행정처 차장이 또 다시 대법관으로 내부승진,정년퇴임을 앞둔 이재성 대법관의 후임만큼은 재야에서 나와야 된다고 목청을 높여왔던게 사실.
이같은 재야주장은 88년 7월 이일규 대법원장 체제의 6공사법부 출범 당시 14명의 대법관중 김덕주 현대법원장과 이 대법관 등 4명이 재야임용 케이스였다는데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변협등 재야 법조계는 『일본등 외국의 예에 비추어서나 관료주의에 찌든 사법부의 혈액순환을 위해서도 재야 영입이 절실하다』고 주장해 왔으나 법원에서는 적체된 내부의 인사숨통을 터야한다며 재야 출신 대법관 임용이 어려워지자 재야측이 재조의 도덕성에 「일격을 가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5공들어 사법시험 합격자가 매년 3백명씩 배출돼 판·검사 경력이 없는 변호사가 양산됨에 따라 이들 소장변호사가 「전관예우」풍토하에서는 발붙이기 힘들다고 판단,재조 출신 변호인과의 일전을 벌인 것이라는 것도 일선 법관들이 설문조사 결과의 순수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또한 법조계에서는 변호사들 역시 ▲민사재판에서의 증거조작 ▲친분이 있는 특정검사에게 사건 배당토록해 청탁수사를 의뢰 ▲과다 수임료 요구 ▲조직폭력배와 밀수범 등 반사회적인 범죄인들의 사건을 전담,이들을 보호하는 등의 부조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설문조사에 『복선이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변협의 법관부조리 시정요구가 어떤 배경에서 이루어졌든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는 집단인 법조계가 소모적인 감정대립보다 재조·재야 모두 자성의 계기로 삼아 법조계의 균형적 발전과 조화를 꾀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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