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억만장자 「페로」 대권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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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도 기업처럼 밀어붙여야”/“미국경제 소생시키겠다” 공약
미국에서도 재벌이 정치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에서 14번째로 돈이 많은 기업인 로스 페로씨(61)가 무소속으로 대통령선거에 나서려하고 있는 것이다.
사무기기회사 IBM의 세일즈맨을 그만두고 단돈 1천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자신의 컴퓨터회사 「전자데이타시스템」을 통해 6년만에 2억2천만달러를 벌어들이는등 큰 재산을 모아 지금은 「억조장자」(질리어네어)로 불리는 페로 회장은 최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예비역 해군중장 제임스 스톡데일 부제독을 지명하기까지 했다.
그를 위해 뛰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무소속 대통령후보로 나서기 위해 필요한 서명을 50개 주로부터 받고 있는데 이것이 확보되면 출마를 공식선언하고 자산중 1억달러를 선거에 쓰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는 텍사스주 달라스에 본부를 설치하고 1천3백회선의 무료전화를 설치,전국에서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 격려전화를 받고있다는데 하루평균 5만4천통의 전화가 걸려와 이미 1백만통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일종의 공공방송인 SPAN의 대담프로에 나가 미국의 경제를 자신이 일군 기업처럼 소생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뒤부터다.
그는 미국경제를 최근 대폭 감원과 공장축소를 한 제너럴 모터스(GM) 자동차회사와 비교하면서 빨리 손을 쓰지않으면 미국정부도 GM사와 같은 꼴이 되고만다고 주장하고 있다.
GM사의 경우 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문제를 해결할 시간과 돈이 있었으나 이제는 기회를 다 놓치고 결국 회사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페로씨는 69년 월맹에 억루돼있던 미군포로들을 위해 1백50만달러를 쾌척,크리스마스선물과 의약품 등을 사보내는가 하면 79년에는 이란에 갇혀있던 미 민간인 2명의 석방운동을 전개함으로써 강성우파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그는 정치에 있어서 정책을 기업의 보스처럼 밀어붙여야 한다는 소신을 펴고있다. 일부 언론들이 여론조사를 한 것에 따르면 부시와 클린턴이 30%대의 지지를 받고 20%대의 지지를 받아 그의 전망이 그렇게 어둡지는 않다고 얘기하고 있기도 하고 아직은 일종의 화젯거리 정도의 취급을 받고도 있다.
미 선거사상 공화·민주 양당이외에 제3의 후보가 10%이상의 지지를 받은것은 68년 조지 월리스가 얻은 13.5%가 유일한 선례였다. 그러나 부시의 경제실정·기성정치에 혐오를 느낀 유권자들의 「항의 투표」가 예상보다 클수도 있다며 주목을 받기도 한다. 특히 부시의 공화당 진영은 보수쪽의 불만세력이 페로쪽으로 몰려갈까 걱정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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