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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 팔엔 붉은 잉크'Ismail Ax'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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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6일 밤 미국 버지니아공대 학생들이 총기 난사사건이 일어난 노리스 홀이 멀리 보이는 교정에 모여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이날 아침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으로 범인을 포함해 33명이 숨지고 29명이 부상을 당했다. <▶동영상 TV. joins.com> [블랙스버그 AP=연합뉴스]

미국 수사 당국은 조승희(23)씨의 기숙사 방에서 조승희가 쓴 것으로 보이는 독설 등으로 가득한 노트를 발견했다고 17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이 보도했다.

수사 당국이 발견한 노트에는 독설과 불만으로 가득한 어수선한 내용의 글들이 담겨 있었으며, 조승희의 팔에 붉은 잉크로 써놓은 'Ismail Ax(복수의 도끼)'라는 단어들이 노트 속에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수사 소식통에 따르면 조씨는 최근 기숙사 방에 불을 지르고 일부 여성을 스토킹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과 폭력 성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뷴은 조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노트에는 캠퍼스의 '부잣집 아이들(rich kids)' '방탕(debauchery)' '기만적인 허풍쟁이들(deceitful charlatans)' 같은 반사회적인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신문은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센터빌 출신의 조씨 가족들이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여자 형제 한 명이 있다고 전했다. 수사 당국은 조씨가 우울증으로 약을 복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 더 많은 증거를 찾기 위해 조승희씨의 컴퓨터를 조사 중이다.

조씨를 아는 한 한인은 "그가 고교 1학년 때인 7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았다"며 "그는 머리가 좋았고 공부를 잘했으나 같은 또래의 학생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자폐 증세도 보였다"고 밝혔다. 그가 다녔던 교회의 K목사는 "승희 어머니가 교회에 나온 이유가 아들의 내성적인 성격 때문"이라며 "어머니는 늘 '아들이 좀 활달해졌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했다"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새벽"한국 국민과 함께 이번 사건의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미국 국민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 이민 1.5세대=어려서 부모를 따라 이민을 가 현지에서 성장한 사람을 말한다. 이민 간 부모 아래서 현지에서 태어난 사람은 2세라고 부른다. 성인으로서 이민 간 사람은 이민 1세대다. 모국의 생활 방식을 고수하기 쉬운 1세대와 처음부터 현지인으로 자란 2세대의 중간에 위치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특히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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