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이 흐른 오늘날, 영어의 기세는 더욱 하늘을 찌른다. 과도한 사교육 열풍을 걱정하는 '영어 망국론' 이 나오는가 하면, 사실상의 세계어를 어릴 적부터 한글처럼 가르치자는 '영어 공용화론' 주장도 일각에서 대두된다. 이 틈바구니에서 프랑스어나 독일어 같은 전통 제2외국어는 고사 직전이다.
20세기가 영어의 세기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는 오늘날 지구촌 65억 인구 넷 중 한 사람꼴로 영어를 할 줄 안다. 인터넷에 유포되는 디지털 문서의 80% 이상은 영문이다. 일찍이 이렇게 될 줄 간파한 이는 독일 제2제국의 철혈(鐵血) 재상 비스마르크다. 1898년 무엇이 향후 근대사를 좌우하겠느냐는 질문에 "북아메리카 사람들이 영어로 말한다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지하드 같은 이슬람 반미 지하단체의 선전 방송이 영어다. 자존심 강한 중국 정부도 내년 베이징 올림픽 때까지 베이징 시민 셋 중 한 사람은 영어회화를 할 수 있게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즘 토플 대란으로 이를 주관하는 미국 교육평가원(ETS)의 무성의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나 않을지. 한 해 180개국의 학생.직장인 2400만 명이 영어 실력을 평가받겠다고 목매고 있으니. 오늘날 영어는 토플.토익이라는 '교육 권력'의 형태로 우리 곁에 더욱 바짝 다가와 있다.
홍승일 경제부문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