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우 "현대車서 100억 받아 당에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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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에서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정우(徐廷友) 전 이회창 총재 법률고문이 현대자동차 등 3개그룹에서 3백50억원을 받은 사실을 처음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李전총재의 특보를 지낸 이종구씨는 11일 "徐씨가 검찰에서 'LG에서 1백50억원, 현대자동차에서 1백억원을 받았으며 삼성에서는 1백12억원의 무기명 채권을 받은 뒤 이를 1백억원의 현금으로 바꿔 전부 당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徐씨가 현대자동차에서 받은 금액은 그동안 불확실했으나 이 진술로 1백억원대임이 드러났다.

李전특보는 "이 같은 사실은 徐씨의 변호인이 전해온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 당시 기업 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확인된 불법 대선자금은 SK그룹 1백억원을 포함해 모두 4백50억원으로 늘어났으며, 검찰이 롯데.금호그룹 등을 수사 중인 점을 감안하면 액수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徐씨는 그러나 삼성 측에서 별도로 받은 것으로 검찰 측이 밝혔던 현찰 40억원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고 李전특보는 말했다. 그간 묵비권을 행사해 온 徐씨는 이날 처음으로 검찰에서 입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검 중수부는 LG.삼성 외에 다른 기업들이 한나라당 측에 제공한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며, 추후 정확한 액수와 전달 경위 등이 파악된 후 발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검찰 관계자는 "3개 그룹에서 徐씨가 받은 금액이 그보다 크다고 보는데, 검찰이 어느 정도 입증해낸 금액만 시인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진(朴振)대변인은 "지금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아직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그러나 검찰 수사를 지켜볼 것이며, 책임질 것은 당 차원에서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일.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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