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조직」 서서히 상륙(외국인 범죄가 몰려온다: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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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파키스탄인 2명 또 보복피살 성남/취업알선 자국민 돈 갈취/세력다툼… 내국인 상대 범죄 늘듯/언어장애로 조직접근·파악 어려워
외국인 강력범죄가 심각한 수위에 도달했다.
단순절도·날치기·폭행 등 사소한 범죄에 그치던 외국인 범죄가 외국인 불법체류·취업이 늘면서 강도·살인은 물론 범죄단체를 조직,보복살인극을 벌일 정도로까지 발전해 충격을 주고 있다.
24,28일 서울 이태원동,경기도 성남에서 발생한 파키스탄인 3명 살인사건은 국내거주 외국인 범죄가 조직폭력의 단계로까지 발전했음을 단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24일 새벽 서울 이태원동 길가에서 국내거주 파키스탄 폭력조직 「주비파」 단원인 아메르 리아즈(28)가 라이벌 조직인 「비키파」소속 아크바 알리(23) 등 6명으로부터 칼로 온몸을 난자당해 그자리에서 숨졌다.
리아즈가 살해된지 4일뒤인 28일 성남시 야산에서 「비키파」 행동대원인 목다르 비키,아산 주베르 등 2명이 온몸을 난자당한채 숨져있는 것을 등산객이 발견했다.
경찰은 이들이 보복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주비파」 부두목 모하메드 아자즈(31)등 2명을 붙잡아 조사중이다.
경찰은 아자즈등의 조사과정에서 ▲「주비파」가 20여명 정도로 구성돼 주고 파키스탄 불법 취업자들의 취업을 알선한뒤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아왔으며 ▲이들이 지난해 일본에서도 강·절도행각을 벌이다 강제추방당했고 ▲5,24일 두차례에 걸쳐 파키스탄인·한국인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인 것도 「주비파」임을 밝혀내고 이들을 일단 강도혐의로 구속한뒤 다른조직원들의 행방을 쫓고 있다.
범죄조직은 조직의 비밀을 누설하는 조직원에 대해 가혹한 보복을 하는 것이 불문율인데다 외국인 조직폭력배는 언어장애등으로 인해 더욱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지만 파키스탄 범죄단체인 「주비파」「비키파」 외에도 3∼4개의 외국인 범죄단체가 더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필리핀·네팔·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4개국은 협정에 따라 비자없이도 자유롭게 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한대사관들도 자국민 몇명이 입국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외국인범죄는 89년 3백69건 4백22명에서 91년에는 6백68건 8백21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전국적으로 공항·세관·검찰 등에 적발된 사례까지 합하면 내국인 범죄증가에 비해볼때 거의 「폭발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조직폭력배가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일단 자국민이다. 주로 관광비자로 입국한 자국민들을 중소기업등에 소개시켜주고 여권을 빼앗아 달아나지 못하게 한뒤 정기적으로 돈을 갈취하는 것이 전형적인 수법이다.
파키스탄 폭력조직도 불법취업자들의 여권을 서로 많이 빼앗아 두기 위해 다투다 결국 살인극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범죄조직들이 서로간의 치열한 세력다툼·이합집산을 통해 점차 거대조직으로 변하면 내국인들을 상대로한 범죄를 저지르게 될것이기 때문에 자칫 외국인 범죄자들을 상대로한 범죄와의 전쟁을 치러야할 지경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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