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인선난·국민 인물난/느긋한 두 야당의 총선 뒷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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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낙선 당직자 교체 다선자 많아 애로 민주/대부분 초선… 무소속 중진 영입추진 국민
14대 총선에서 약진 또는 대성공을 거둔 민주·국민당은 14대국회 개원에 앞서 당직개편을 할 계획이나 민주당은 인선난,국민당은 인물난으로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자당과는 달리 14대 총선 결과에 만족하고 있는 상태여서 특별한 문책성 당직개편은 있을 수 없다.
김대중 공동대표도 26일 오후 『총선에서 낙선한 김정길 총무와 노무현 대변인도 13대 국회 임기 만료일인 5월29일까지는 현역의원이므로 구태여 교체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조기 당직개편설에 미온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김대표의 발언은 당선가능성이 희박한줄 알면서도 야권통합에 앞장섰고 부산에서 YS 바람에 정면 대응해준 김총무와 노대변인에 대한 예우차원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더구나 민주당이 총선후 곧바로 치고 나온 지방자치단체장선거 실시문제와 선거과정에서의 안기부 개입,군 부재자 투표의 공개투표 실시문제 등을 추궁하기 위해서도 여야의 협상 채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총선결과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한 국민당과도 어떠한 형태로든 대화창구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고 보면 최소한 총무와 대변인만이라도 보임해야할 형편에 놓여있다.
당직개편이 대폭으로 이루어질 경우 사무총장과 원내총무·정책위의장 등 당 3역은 3선급 이상에서 임명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당선자중 3선은 12명,4선 8명,5선 3명 등 모두 23명에 달한다.
민자·국민당과의 협상결과에 따라 국회부의장 1명과 국회상임위원장 등의 인선문제와도 맞물려 있어 아무래도 조기에 대폭 개편을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부의장 자리는 실속없는 자리이기는 하나 상징적 의미와 다선 우선원칙이 대체로 지켜져 왔다는 점에서 5선의 허경만 홍영기 박일 세사람중에서 선택될 것이 유력하나 박씨는 전국구여서 배제될 전망이다.
또 당살림을 총괄하는 총장은 민주계보다는 신민계,그중에서도 김대표의 신뢰를 받는 인물로 선택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4선의 김원기 유준상 김영배 한영수씨 등과 3선의 조세형 한광옥씨 등이 1차 대상.
민주계에는 총무와 정책위의장·대변인중 1,2개 자리가 배분될 것으로 보이는데 조순형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민주계에서 3선은 이철 홍사덕씨 두명밖에 없어 비교적 선택폭은 좁은셈이다.
대변인은 특히 당 이미지 문제 때문에 비호남권 출신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협·강수림씨 등이 거명되고 있다.
이와 함께 김총무와 노대변인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게 중론이어서 이들에 대한 당직배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은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됨에 따라 빠르면 내주초에 당 3역 및 대변인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나 뚜렷한 적임자가 없어서 인선작업에 애를 먹고있다.
당선자 가운데 초선이 대부분이고 조윤형 양순직 김효영 손승덕 정몽준 김찬우 윤영탁 등 재선급 이상 당선자중 원로대우를 받아야 하거나 고령자가 많은 실정이어서 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다선의 고령당선자는 국회상임위원장 등 국회직으로 기용해야 하므로 한층 어려움이 있다는게 핵심당직자의 얘기다.
그래서 당 수뇌부는 초선급이라도 역량이 있다고 판단되는 인사는 당 3역에 과감히 기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사무총장에 정장현 자금담당특보(전국구) ▲대변인에 언론계 출신의 조순환 당선자(송파갑) ▲정책위의장에 상공부차관보·특허청장 출신의 차수명 당선자(울산남)나 경제기획원 차관보를 지낸 차화준 당선자(울산중) 등 관료엘리트 출신들을 각각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당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대권정국을 앞두고 향후 대민자,대민주를 상대로 협상의 묘수를 발휘해야 할 원내총무 인선문제. 현재 13대에 이어 연속 당선,의회감각이 있는 정몽준 의원(울산동)과 서울지방 국토관리청장·대우 해외담당 상무이사와 12대의원을 지내 대인관계가 비교적 풍부한 윤영탁 당선자(대구 수성을)가 원내 사령탑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정의원의 경우 정대표와 부자지간이어서 중요당직 기용에 대해 당내에서 비판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무소속 당선자 가운데 중량급을 상대로 당 3역을 맡기는 것을 전제로 한 영입을 적극 추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생정당으로서의 신선미를 줄 수 있는 인선이 돼야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인재난 때문에 고심하는 형편이다.<김두우·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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