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석유로 돈 벌어 군사력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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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러시아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신형 핵잠수함을 진수했다.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군사력 강화로 돌리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15일 러 해군이 서북부 백해(白海)의 세베로드빈스크 해군기지에서 2만4000t 보레이(북극바람)급 전략 핵잠수함 '유리 돌고루키'를 진수했다고 밝혔다. 12세기 모스크바를 창건한 대공(大公)의 이름을 딴 이 잠수함은 시험 운항을 거친 뒤 2008년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진수식에 참석한 세르게이 이바노프 제1부총리는 "사실상 러시아 최초의 전략 핵잠수함"이라며 감격했다. 이 잠수함은 1996년 개발에 들어갔으며, 건조에 9억 달러(약 8400억원)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 돌고루키는 107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수심 450m까지 내려가 100일 동안 수면에 떠오르지 않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사거리 8000㎞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불라바' 12기를 주력 무기로 탑재한다. 지난해 본격 생산에 들어간 불라바는 10개의 핵탄두를 싣고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며, 발사 뒤에도 고도와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러시아의 차세대 주력 핵미사일이다. 지상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M'과 함께 미국의 미사일방어(MD)망을 뚫을 수 있는 '공포의 무기'로 통한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말부터 토폴-M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리 돌고루키 외에 동급의 핵잠수함인 '알렉산드르 넵스키'와 '블라디미르 모노마흐' 등 두 척을 2011년까지 배치를 목표로 건조 중이다. 알렉세이 모스코프스키 국방부 차관은 이날 "2015년까지는 보레이급 핵잠수함 7척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형 보레이급 핵잠수함들은 소련 시절에 만들어져 이미 폐기 처분됐거나 퇴역을 앞두고 있는 아쿨라(상어)와 델타급 핵잠수함들을 대체하게 된다.

러시아의 군사력 강화정책은 '강한 러시아 건설'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초 크렘린궁에서 열린 군 관련 행사에서 "2015년까지 군 현대화를 위해 5조 루블(약 17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신형 무기 구매와 새 군사기술 확보, 방위산업 육성 등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했다. 푸틴은 특히 "핵무기가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주요 수단"이라며 핵 전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 국방 예산으로 310억 달러를 책정했다. 2001년보다 네 배 증가한 액수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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