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씨 "고백하려 했으나 용기가 부족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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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李光宰)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11일 기자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썬앤문 그룹에서 금품을 수수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검찰에 출두하면서다. 그동안 썬앤문 관련 의혹을 완강히 부인해온 그가 뒤늦게 태도를 바꿨다.

"먼저 사과부터 드린다"고 말문을 연 李전실장은 "지난해 대선 전에 만난 썬앤문 그룹 문병욱 회장이 대선에 쓰라고 1억원을 줘 당 관계자에게 전달했다"며 혐의 내용을 시인했다. 그렇지만 그는 "영수증이 발급되지 않은 것은 얼마 전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썬앤문 관련 의혹 일체를 부인해 왔던 것과 관련해 李전실장은 "문제가 됐을 때 진솔한 고백을 하려 했으나 용기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렇게 털어놓으니 마음이 가볍다"고도 했다.

李전실장은 또 "대선에서 1억원이 어찌 보면 적은 돈일 수 있으나 서민들에겐 큰돈"이라며 "그 점도 마음에 걸린다"고 되뇌었다. 그는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잘못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동료들을 염두에 둔 듯 "아껴주시는 분들에게 마음의 짐을 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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