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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한 '右광재'…누구 줬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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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성래(썬앤문 그룹 전 부회장)씨에게서 돈을 받은 적이 없다. 검찰이 원하면 언제든지 조사받을 용의가 있다."

지난 10월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이렇게 말했었다. 당시 자신이 金씨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되자 해명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李씨가 썬앤문 그룹 문병욱 회장 등에게서 거액을 받은 정황이 나타나면서 그의 결백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썬앤문 측에서 두차례에 걸쳐 1억5백만원을 받은 혐의를 조사받기 위해 11일 오전 대검 중수3과가 있는 서울지검 서부지청에 출두한 그는 기자들에게 "지난해에 문병욱씨에게서 선거자금을 수표로 받아 당 관계자에게 전달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수증 처리가 잘못된 것이 있는 것 같다. 잘못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가 불법적인 돈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의혹이 불거진 뒤 거짓 해명으로 일관했음이 드러나 도덕성에 먹칠을 한 셈이다. 특히 이날의 해명조차 진실 여부를 의심케 하는 것이었다. 당시 민주당의 선거자금 창구였던 이상수 열린우리당 의원이 "李씨에게서 대선기간 중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따라서 李의원의 말이 사실일 경우 李씨가 그 돈을 개인 용도로 썼거나, 밝히기 어려운 다른 사람을 통해 선거캠프에 전한 셈이 된다.

돈의 용도도 중요한 규명대상이다.서울.경기도 등지에서 호텔 등을 운영해온 文씨가 최근 검찰 수사로 거액을 탈세한 혐의 등이 드러남에 따라 썬앤문 측이 청탁의 대가로 지난 대선 때 盧후보 측에 돈을 건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검찰이 파악한 李씨의 썬앤문 측 자금 수수액은 지난해 11월 文씨에게서 받은 1억원과 그해 12월 金씨에게서 받은 5백만원이다. 액수는 그리 크지 않지만 검찰은 일단 이 돈을 모두 불법 정치자금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그가 다른 기업에서 추가로 불법선거자금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네번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계속된 추가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는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 역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처음 검찰에 소환됐을 때 "SK로부터 1원도 받은 적이 없다"며 버텼던 崔의원은 SK로부터 현금 1백억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LG.삼성에도 불법자금을 요구한 당사자였음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혐의가 커진 상태다.

검찰이 崔의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이 아닌 체포영장을 청구하기로 한 것도 崔의원이 개입한 이회창 후보 캠프의 불법자금이 계속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한 한나라당 재정국 간부 두명 등은 검찰 수사망을 피해다니기에 바쁘다.

이를 방치 또는 방조하는 한나라당 역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검찰은 한나라당에 전달된 불법자금 중 상당액이 대선 때 쓰이지 않고 일부 정치인의 주머니로 들어갔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가 진행되면서 낯 뜨거운 정치인이 속속 나타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강주안.임장혁 기자<jooa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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