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세계실내건축가연맹(IFI) 총회에서 회장에 당선된 민영백(閔泳栢.60.민설계 회장)씨는 "디자이너들의 자존심이 지켜져야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며 "국내 디자이너들의 무너진 자존심을 다시 세우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이너들이 상업적인 이윤을 중요시하는 고객들에게 '무릎을 꿇으면' 친환경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閔회장이 앞으로 2년간 이끌게 된 IFI는 그래픽 디자이너 연맹인 Icograda, 산업 디자이너 연맹인 ICSID, 건축 디자이너 연맹인 UIA 등과 함께 전 세계 디자인 산업 종사자들로 구성된 4대 단체 중 하나. 이들 네개 단체에서 한국인이 회장에 당선되기는 閔회장이 처음이다. 특히 1963년 설립돼 전통을 자랑하는 IFI에선 그가 아시아 출신 첫 회장이다.
"그간 국내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의 것을 베끼는 사람들로 인식된 측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유학이라고는 가본 적 없이 평생 현장만 누빈 제가 세계 연맹의 회장이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자신의 설명처럼 閔회장은 순수 '국내파'. 홍익대 건축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70년에 회사를 차리고 30여년 동안 계속 실무만을 해왔다. 청와대 춘추관.연무관, 국립중앙박물관, 백범기념관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디자인 산업에서 '제3세계'로 분류될 수 있는 한국에서 디자인 활동을 해온 閔회장인 만큼 IFI를 통해 하고 싶은 일도 많다. 경제발전을 최우선시하는 디자인 풍토 때문에 인간성이 침해되고 환경이 파괴되는 흐름에 제동을 거는 것도 그 중 하나. 이번 총회에서 회원국들로부터 1만달러(약 1천2백만원)를 모아 아마존의 산림 보호 운동을 펼치고 있는 브라질의 한 초등학교를 지원한 것이 그 첫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閔회장은 "디자인은 단순히 멋을 내는 작업이 아닙니다. 인간의 생활방식을 결정하는 작업이지요. 이렇게 볼 때 디자이너들이 환경보호에서 세계평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뚜렷한 의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