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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 대권판세/의석수에 달렸다/총선후에 일어날 몇가지 시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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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대통령 지원속 YS 속전속결 57% 이상/반 YS계 단결 대권갈등 첨예화 53∼56%/YS인책론에 계파간 “합종연형” 50∼52%/정치권 지각변동 “헤쳐모여” 예상 여소야대
이번 총선은 여야,특히 민자당의 대권경쟁 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총선결과에 따라 여야정당의 세력판도에 재편이 이뤄지면 대권구도의 기본틀이 근본적으로 바뀌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대권에 대한 집념을 가지고 있는 민자당의 세최고위원이나 후보주자들은 물론 정치권외에서도 총선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주시하고 있다.
이미 민자당은 공천과 선거운동과정에서 총선을 대통령선거 예비전으로 몰고가고 있는 김영삼 대표의 밀어붙이기에 박태준 최고위원·이종찬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발,대권쟁투의 갈등을 드러냈다.
총선승패는 여야 한쪽의 내부 세력구도를 무너뜨리는 것 뿐 아니라 다른 쪽에도 파장을 던질 수 밖에 없어 총선후 세력판도는 복잡미묘하게 얽히게 된다.
여기에 국민당의 약진은 그 정도에 따라 정치권의 지각변동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지역에서는 14대 국회 단명론 등이 튀어나오는 것이며 대통령선거가 지금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무수한 추측이 나오는 것이다.
총선후 세력판 변화의 기본 출발점은 아무래도 민자당의 획득 의석수와 당내 계파의 세력분포일 것이다.
민자당은 국회상임위원장 자리를 몽땅 차지할 수 있는 전체의 57%(1백35석) 확보를 총선 승리의 하한선으로 정해놓고 있다.
민자당이 60%(1백42석)를 차지하면 대승이며 그땐 전국구 포함,1백79석이나 된다.
57% 수치는 YS(김영삼)냐,아니냐의 2분법적 상황을 일단 YS쪽으로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경계선이 된다.
57%를 얻자면 서울등 수도권에서 민자당이 상당한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영남은 어차피 압승할 것이므로 중부권·수도권이 이를 뒤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에서 김대표계등 민자당이 대체로 고전중이어서 김대표는 이에 상관없이 민정계 후보들로부터 공개적인 충성서약을 받은 부산·경남을 기반으로 5월의 정기 전당대회에서 결판지으려는 속전속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57% 승리를 하더라도 여전히 타계파와 경선희망자들은 경선에 나설 것이어서 경선 그 자체는 피할 수 없게 된다. 다만 YS가 노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선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의 상황 전제는 논공행상의 공이 총선을 「책임지고」 지휘한 당대표에게 돌아갈 것이고 그 경우 노대통령이 YS를 밀어주게 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자당 의석수가 53∼56%(1백26∼1백33석)가 되면 당내 대권갈등은 상당히 심각하게 될 것이며 진로 예측이 불투명해진다.
이 수치는 서울등 수도권에서 민자당이 예상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의석을 획득하는 경우로 선거결과는 승패불명이 되고 김대표의 우월적 위상도 보장받기 어렵게 된다.
반김대표계는 즉각 YS를 상대할 대안모색에 활기를 띨것이며 경선의 극적 요소가 높아지게 된다.
김대표도 민정계와 활발한 제휴를 모색하고 반YS계의 결속력을 무너뜨리려는 과정에서 상호 대립과 충돌로 경쟁의 긴박감이 높아질 것이다.
김대표는 김윤환 총장,금진호 전상공부장관,그리고 김영일 전청와대 사정수석등 경남의 민정계 후보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반YS 라인은 박최고위원,이종찬·박철언 의원외에 김복동씨,노재봉 전 총리 등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춘구 의원과 전국구에 주로 배치된 대통령 취임준비위 멤버,이한동 의원등 중부권의 반YS적 경향이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다음 50∼52%의 신승시나리오의 상황배경은 수뇌부 인책론이다.
김대표는 인책의 공방에서 버티려 하겠지만 서동권 안기부장·김윤환 총장·손주환 정무수석등 「권력관리」를 해온 당정 핵심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노대통령은 당정의 재정비를 내걸고 후보선출에 상당히 깊게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민자당 목표수치 미달의 공백을 민주당 대신 국민당이 차지할 경우 대권구도는 혼선을 면치 못한다.
민자당엔 불만속의 적신호가 켜지고 경선을 둘러싼 계파간 합종연형을 암중모색할 수 밖에 없다.
민자당의 참패인 여소야대는 정치권전체 역학구조를 흔들어 대권시나리오는 안개속을 헤매게 된다.
김대표는 『여소야대가 되면 헌정중단』이란 극단적 상황론을 제기해왔기 때문에 불가피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으며 노대통령은 소위 청문회 망령에 시달리게 되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정치권의 새로운 「헤쳐모여」가 검토될지도 모르는 분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대승이면 YS가 유리,신승이면 YS불리라는 단순방식이 꼭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민자당이 대승한다는 것은 곧 민주당의 패배로 이어질 것이며 그 경우 김대중 대표의 위상은 크게 동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야당가에서는 총선후 김대중 대표의 입지는 총선전과 전혀 달라질 것이라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대선승리의 전망이 엷으면 그에 대한 충성도나 결집력은 크게 떨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DJ의 입지가 약화되고 후보가능성이 흔들린다면 「김대중에 맞설 김영삼」이라는 YS대안론이 희석되게 된다.
민자당이 패배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영삼 대표에 대한 인책론이 강력히 제기되고 그는 대표최고위원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대신 약화된 민자당안에서 YS 위치는 상대적으로 강화되며 민자당이 과반수선을 겨우 얻을 경우엔 YS의 진퇴가 민자당의 과반수의석 확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된다.
더군다나 노대통령의 통치력이 총선후 현저히 약화된다면 당의 구심력이 무너지고 각 계파가 대권을 노리고 각개약진,민자당이 4분5열 될수도 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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