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양 교육 받은 서울시 퇴출 후보 공무원들 오늘부터 꽁초·쓰레기 줍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불성실.무능 공무원으로 평가돼 퇴출 후보로 선정된 서울시 현장시정추진단이 일주일간의 소양 교육을 마치고 16일부터 힘든 육체노동을 감수해야 하는 '현장'에 투입된다. 10월 초까지 이들은 꽁초.쓰레기 줍기, 노인복지시설 봉사활동 등을 하고 업무 성과에 따라 현직 복귀 또는 퇴출의 길을 가게 된다.

서울시 전성수 행정과장은 15일 "추진단원 개개인의 실적 평가를 위해 웬만큼 열심히 해서는 하루 안에 끝낼 수 없는 많은 일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달 단위로 반복되는 현장 업무의 첫째 주와 셋째 주에는 공원.도로 등에서 잡초를 뽑거나 꽁초.쓰레기 줍기, 막히기 쉬운 도로변의 빗물받이 청소 등을 해야 한다. 통상 하루 5~6시간 일하는 공공근로보다 더 많은 하루 6~7시간은 해야 끝낼 수 있는 업무량이다.

현장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행정직 공무원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둘째 주에는 독거노인.노인복지시설 등을 찾아 목욕시켜 주기 등 봉사활동을 펼친다. 자신들보다 훨씬 못한 처지의 시민들과 접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라는 취지다.

넷째 주에는 도로의 교통표지판 등 거리 시설물 점검을 통해 시민들의 불편사항을 파악한다. 이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현장을 발견해 시정을 건의하는 등 창의적인 일을 하면 실적에 반영한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단원들은 실적 업무량과 그에 대한 자기 만족도 등을 적은 근무일지를 상급자인 팀장과 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취합한 업무 실적은 6개월 뒤 감사관실 종합평가의 기초 자료가 된다.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실적을 인정받지 못해 퇴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시는 7월 초에는 일주일간의 심화 교육을 통해 그동안의 업무를 중간 점검하도록 할 계획이다.

전 과장은 "현장시정추진단은 불성실.무능력 공무원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이라며 "이 기회를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는 본인의 몫"이라고 말했다. 현장 업무에는 모두 78명이 배치된다. 애초 뽑은 추진단원 102명 중 퇴직 신청과 정밀 건강검진 등으로 24명은 제외됐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